해외 이커머스 활용해 매달 수백만원 벌기도
"신한카드 체리피킹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제품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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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카드 본사. 사진 = CWN |
카드사마다 저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유인해 신규 발급을 늘리는 데 분주하다. 카드사가 내놓은 조건을 분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를 찾는 소비자 모습도 일상화됐다. 다만 편법을 통해 지나치게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소비자의 그릇된 행태와 사전에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지 못한 카드사 태만이 충돌하는 상황도 벌어질 때도 있다. 신한카드 '더모아' 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CWN은 이른바 '더모아 사태'가 벌어진 배경과 이로 인한 결과를 통해 대한민국 카드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CWN 권이민수 기자] 신한카드가 지난 2020년 야심 차게 출시한 신용카드 '더모아(The More) 카드'는 애당초 '짠테크'족을 타깃한 상품이었다.
짠테크란 짜다와 제테크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고 소액을 아껴 목돈을 모으는 등 아껴서 꼭 필요한 곳에 의미 있는 지출을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비 트렌드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탄생하게 됐다.
신한카드는 주로 소액결제를 하는 짠테크족을 위해 더모아 카드로 5000원 이상 결제 시 결제 금액의 100원 단위 자투리 금액을 투자 포인트로 적립될 수 있게 상품을 기획했다. 예를 들어 5999원을 결제하면 999점이 적립되는 식이다. 이 경우 피킹률은 무려 16.66%였다. 피킹률은 카드 사용액 대비 얻는 혜택의 비율이다. 심지어 특별적립 가맹점에서는 2배로 적립돼 그만큼 피킹률도 치솟았다. 5%만 넘어도 높은 피킹률로 치는 판국에 짠테크족은 더모아 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모아 카드 적립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이신한포인트로 제공된다. 신한은행 달러예금 계좌나 신한금융투자 해외투자가능 계좌를 선택해 투자에 활용할 수 있었다.
비록 자투리 금액이었지만 짠테크족의 손에 더모아 카드가 들어가면서 적립 포인트는 우후죽순 늘어났다.
곧 온라인에는 더모아 카드를 활용해 적립 포인트를 모으는 방안이 활발히 공유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결제 금액의 끝자리를 999로 맞추는 방법이었다. 셀프 주유소 등 결제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곳을 가거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990원대 상품을 따로 결제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 이동통신요금 이체시 일부 선결제를 통해 999원을 맞추기도 했다.
물론 신한카드는 같은 가맹점에서의 반복결제와 현금화가 용이한 상품권 업종 등에서 적립이 막는 등 대비책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짠테크족을 막지 못했다. 다양한 업종을 이용해 하루에 20회 이상 적립받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하루에 999점을 20차례 적립하면 1만9980점이다. 거기에 2배 적립을 더하면 하루 적립 포인트는 더 늘어난다. 이를 한달간 꾸준히 한다고 가정하면 더모아 카드 이용자는 한달에 적립 포인트로만 근 1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심지어 해외 결제시 2배 적립인 점을 노린 일부 짠테크족들은 해외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활용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적립 포인트를 모으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이었다. 짠테크족들은 환율 고정 서비스를 신청하고 결제 금액을 잘 맞춰 5999원에 가까운 금액에 기프트 카드를 구매했다. 이 경우 1998점의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를 한달간 꾸준히 하면 약 5만9940원의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 짠테크족들은 이를 '아마존 적금'이라 불렀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기프트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이커머스가 여러 개라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해외 여러 사이트를 돌며 한달간 수백만원의 적립 포인트를 모으는 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해외 환율에 따라 5999원에 가까운 금액 맞추기를 도와주는 더모아 계산기라는 웹사이트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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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모아 계산기. 사진 = 더모아 계산기 웹사이트 캡처 |
심지어 더모아 카드는 신한카드·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가 협업해 만든 카드여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양쪽에서 각각 카드 발급이 가능했다. 이 경우 포인트가 카드마다 따로 적립되기 때문에 카드 2개로 포인트를 2배 쌓는 것도 가능했다.
이쯤 되자 더모아 카드의 주고객이었던 짠테크족은 '체리피커'가 됐다. 체리피커란 특정 요소만을 케이크 위 체리 뽑듯이 골라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뜻한다.
지난 2023년에는 890명이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 약관에 위반되는 사용 형태를 보인 것으로 파악돼 신용카드 사용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들 890명은 약사 혹은 약사의 지인과 가족들로 서로의 약국이나 특정 제약 도매몰에서 매일 5999원을 결재해 주는 방식으로 매달 1백만원 이상의 포인트를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는 결국 체리피킹으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나자 더모아 카드를 단종됐다. 또한 서비스 유지기간동안 지속되는 체리피킹 행위를 막기 위해 분할결제를 제한하고 해외 사이트를 적립 제외 시키는 등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더모아 카드는 체리피킹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한카드는 소비자에게 더 좋은 혜택을 주기 위해 더모아 카드를 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혜택을 주려던 것은 좋은 의도"라고 했다. 그는 다만 "소비자는 그저 선하기만 하지 않고 합리적 소비를 추구한다"며 "그중에는 블랙 컨슈머도 있어 체리피킹이 있을 수 있는데 신한카드는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상품을 기획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부 체리피킹의 문제로 신한카드는 혜택 축소라는 강수까지 꺼내든다. 다만, 일부 소비자는 몇몇의 문제로 선량한 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례로 몇몇 소비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 후원 금액을 5999원으로 쪼개 보내며, 과연 신한카드가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혜택 축소라는 카드를 꺼낼 수 있겠냐며 반발하는 상황을 빚기도 했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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