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기후재정 감소...온실가스감축, 재생에너지서 예산 감축
헌재, 미래세대가 제기한 '아시아 첫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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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편집국장 |
최근 방송채널을 돌리다 한 여행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바로 '지구를 닦는 남자들(약칭 지닦남)'이다. 기후위기 현장을 찾아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신개념 ESG향 여행 프로그램으로 '쓰저씨(쓰레기아저씨 애칭)' 배우 김석훈과 크루들이 함께 한다.
'지닦남' 크루들은 몽골의 울란촐로트 쓰레기 매립장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을 주워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 소년을 돕느라 거대한 쓰레기산을 뒤지며 페트병을 모았다. 이 소년은 5살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해야 했다. 한 개당 10kg에 육박하는 자루 2개를 어깨에 짊어지고 왕복 2시간을 걸어 고물상으로 향했다. 재활용 20kg을 팔아 버는 돈은 고작 한화 3200원 가량. 또래보다 일찍 철든 소년에 대해 김석훈은 "삶의 무게를 즐겁게 이겨내는 듯했다. 몽골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 중 하나였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지닦남' 크루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사막에 나무 심기 미션. 한반도 7배 크기의 몽골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강과 호수는 말라가고, 목초지는 점점 줄면서 국토 77%가 사막화됐다. 해마다 봄이면 몽골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닦남'을 보면서 느낀 두 가지는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재앙이라는 것이다. 기온상승으로 목초지가 말라버려 가축을 키우지 못하는 몽골 유목민들은 쓰레기를 뒤지는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해마다 홍수로 큰 피해를 입는 방글라데시에선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22년 만에 가장 오랫동안 폭우가 쏟아지면서 방글라데시 40%의 지역에서 2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파키스탄, 미얀마 등 남아시아 대부분 빈곤국가는 기후재난으로 해마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올라가면 남아시아 지역에서 우기에 내리는 비의 양이 5%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올 2월 유엔 개발기금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의 횟수와 강도가 비슷할 경우, 가난한 국가에서의 사망률이 부유국에서보다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지진과 열대성 폭풍, 홍수와 가뭄같은 자연 재해들로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184명이 사망하는데, 이같은 자연 재해를 당하는 사람들 가운데 단지 11%만이 가난한 국가에서 살고 있는 반면, 이들은 총 사망자 수의 53%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 사막화, 물 부족, 식량난, 동식물 멸종, 산불증가, 태풍의 대형화, 홍수 등 자연재해가 점점 극심해지면 가난한 국가들에겐 더 치명적인 위협이 가해진다. 가난한 나라는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예산, 기술적 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그의 책 <대붕괴>에서 불평등 사회에서는 지배계층의 탐욕으로 자원이 고갈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직격했다.
기후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등 부유국이다. 반면 케냐, 마다가스카르, 우간다 등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부유국들 때문에 최빈국들이 기후재앙의 고통을 당하는 셈이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부유한 나라와 사람은 가난한 나라와 사람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기후재앙을 불러온 부유국들의 책임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들은 수십 년동안 탄소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내세웠고,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60년, 207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세웠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선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 상승이 1.5℃ 이하로 제한돼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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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등 시민단체의 기후 헌법소원 최종 선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진=뉴시스 |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0위, 1인당 배출량은 세계 최상위권인 우리나라의 탄소 감축 목표와 정책은 어떠한가.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 등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4순위 하락한 64위(전체 67개국)를 기록했다. 윤석열정부의 연평균 탄소 감축 목표는 2027년까지 1.9%에 불과하다.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고 원전 산업을 강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기후 재정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기후 관련 지출액은 2022년 4조8115억원에서 2025년 3조7538억원으로 3년만에 22%가량 감소했다. 예산 감축은 특히 온실가스감축,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활성화에서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들과 태아 및 어린이 등 청구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29일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탄소중립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기후위기대응 부족을 사법기관이 인정한 아시아 첫 기후 소송 승소 사례다. 현재는 기후 위기 속 정부의 부실한 정책은 미래의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여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국제적 기준과 IPCC가 제시한 '공정배분' 원칙을 적용해 플랜1.5가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66.7%로 산출됐다.
국회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2026년 2월 28일까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와 국회, 산업계, 국민 모두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기후재앙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다.
CWN 주진 기자
jj7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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