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경영 능력 증명…글로벌 무대로 광폭 행보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전략으로 조성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뿌리를 내리고 비철금속 소재 자립에 앞장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연이 생산되는 온산제련소가 바로 고려아연의 핵심 사업장이다. 제련 기술력 역시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현재 비철금속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 신사업 삼두마차를 앞세운 최윤범 회장의 속도전이 고려아연의 제2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 회장은 조부인 고(故) 최기호 선대 회장의 창업 정신을 되새기며 "초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반세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8월 1일, 고려아연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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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
[CWN 소미연 기자] 고려아연은 1974년 영풍그룹의 자매회사로 출범했다. 영풍그룹의 모태 영풍기업사를 공동 설립한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아연 사업 확대를 위해 세운 제련 기업이다. 경영은 최씨 일가가 맡아왔다. 창업주의 뜻에 따라 2세는 최창걸·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형제 경영을 실천했다. 3세는 사촌 경영으로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의 운전대를 잡고, 사촌들이 주요 계열사를 이끌며 사업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최윤범 회장은 일찍부터 경영권 승계 기반을 닦아왔다. 2007년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입사한 뒤 페루 현지법인 ICM 파차파키 자원개발사업총괄 사장과 전략기획담당 부사장, 호주 아연제련소 SMC 사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영 능력을 키웠다. 이후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 2020년 부회장직을 맡아 경영 전면에서 기존의 제련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사업 발굴·육성에 힘썼다. 2022년 신년사를 통해 공표한 미래 성장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가 그간의 결과물이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소재 △리사이클링 기반 자원순환 등 3개 분야를 신사업으로 추진해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이로써 오는 2033년까지 신사업(12조2000억원)과 제련 사업(13조원)의 연매출 총액 25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최윤범 회장은 "친환경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은 모든 기업의 의무이자 기회"라면서 "고려아연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시대적 변화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차전지소재 분야 진출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올인원 니켈 제련소' 기공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처럼 "미국 IRA 규제와 핵심 광물 보유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광물 제련과 소재 가공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순수한 우리 기술로 국내에서 고순도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니켈은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에 필요한 광물이다. 향후 올인원 니켈 제련소에서 확보되는 니켈은 LG화학과 공동 설립한 한국전구체주식회사에서 전구체 생산에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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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최윤범 회장의 자신감을 방증한다. SMC 사장 시절 만성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킨데 이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고려아연 사장과 부회장으로 지낼 당시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3년 연속 실적 개선을 꾀했다. 경영 성과로 성공 DNA를 증명해 온 셈이다. 다만 지난해는 글로벌 아연 가격 하락, 전력비용 상승 등으로 고려아연의 실적 증가세가 꺾였다. 지난해 매출 9조7045억원, 영업이익 6599억원을 거뒀다. 부진했던 실적은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영풍과의 갈등이다.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증액(영풍)', '제3자 유상증자 허용(고려아연)' 여부에 이견을 보이며 사상 첫 표대결을 펼쳤다. 이후 서린상사 경영권, 황산 취급 대행 계약으로 다시 격돌했다. 업계에선 두 가문의 공동 경영이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장씨 일가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영풍과 전자 계열의 경영을 맡았다. 사실상 두 가문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지만,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지분율을 보유하며 동업 관계를 유지했다. 함께 한 세월이 75년이다. 도약을 준비하는 고려아연으로선 영풍과의 갈등 장기화가 아쉬운 상황이다.
최윤범 회장은 완전한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글로벌 무대로 보폭을 넓히며 재계 차세대 리더로 얼굴을 알리는 동시에 고려아연의 무한 가능성과 브랜드를 알리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해 9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핵심 광물 및 청정에너지 서밋'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참가할 계획이다. 영풍과 물리적인 분리 작업도 단행한다. 창립일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종로 그랑서울로 본사를 이전한다. 첫 본사가 있던 종로에서 새로운 50년 시작을 알린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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