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실적 회복 전망…원유 구입비 상승은 경계

[CWN 김정후 기자] 국제 유가와 정제 마진이 모두 오르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각) 원유 감산 연장을 알렸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 감산 규모가 일평균 100만배럴가량이라며 올해 2·4분기까지 감산을 연장해 6월 말까지 일평균 약 9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바크 부총리도 올해 2·4분기 말까지 47만1000배럴로 일평균 원유 생산을 줄인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알제리,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OPEC+ 회원국들도 이날 2·4분기까지 감산 유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OPEC+과 별개로 일평균 100만배럴 감산을 시작한 사우디는 올해 상반기 내내 감산을 유지한다. 지난해 11월 OPEC+ 회원국들은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일평균 100만배럴)을 포함해 올해 1·4분기까지 일평균 220만배럴 감산을 합의했다.
업계는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러시아가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드는 돈을 유가 상승으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정유소들이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시기라는 점도 이번 감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에 국제 유가는 상승 중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3일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다. WTI는 지난해 12월 8일 68.61달러를 기록한 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배럴당 약 84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1.64센트 오른 배럴당 83.55달러, 두바이유는 83.07달러 수준이다. 하락세를 이어왔던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올해 들어 반등하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 마진도 유가와 함께 오르고 있다. 지난달 둘째 주, 셋째 주 정제 마진은 배럴당 15달러, 12.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4.1달러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아졌다.
이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정유업체의 실적 회복을 전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기관 수 3곳 이상이 예상한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18조2938억원, 영업이익 4599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4% 감소한 수치지만 영업이익은 22.6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인 726억원 대비 6배 이상 오른 것이기도 하다.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 9조855억원, 영업이익 4676억원을 올릴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에는 4분기 정유부문에서 2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양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58%, 77.9% 감소했던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실적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정유사들은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은 않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구입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 유가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며 “정제마진 상승세 및 수요 정상화 여부가 올해 정유업계 실적을 판가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CWN 김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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