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 성장해 삼성·SK하이닉스 수혜 볼 듯

[CWN 지난 기자]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000억달러(133조원)의 자금을 모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손 회장은 AI(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찾고 있다. 유치할 투자금 규모는 1000억달러에 달한다. 업계에선 소프트뱅크가 300억달러를 제공하고 남은 700억달러는 중동에서 나올 가능성을 추측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품귀현상’을 보이는 AI 반도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주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챗GPT’를 서비스하는 오픈AI도 직접 AI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AI 반도체에 투자하기 위해 5조~7조달러(최대 약 9300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올트먼 CEO는 반(反)엔비디아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낮출 계획을 꾸준히 밝혀왔다. 올트먼은 이를 위해 UAE 정부를 포함한 여러 투자자를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손 회장의 AI 반도체 투자가 ARM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다. ‘팹리스의 팹리스’로 불리는 ARM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팹리스에 기초 설계 기술을 제공해 로열티를 받는다.
과거 소프트뱅크는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려고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400억달러(약 53조원)에 ARM을 인수하려고 했다. 다만 반독점 문제로 인수는 무산됐고, 최근엔 엔비디아가 ARM에 1억473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선 손 회장이 ARM을 보완할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구상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투자한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제치고 AI 관련 투자 중 가장 큰 규모가 된다.
AI 반도체 패권을 두고 잇달아 대규모 투자 계획이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혜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인수하지 못한 ARM을 품을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2022년 10월 손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기업들의 AI 반도체 투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소유한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를 뒤쫓는 삼성은 고객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일본의 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의 2나노(㎚·10억분의 1m) 공정 기반 AI 반도체를 수주하기도 했다.
올트먼 CEO는 대규모 투자를 밝히기에 앞서 방한해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생산시설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SK하이닉스 경영진도 만나며 AI 반도체 양산을 위한 협력사를 찾는 모습이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연합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데, 올트먼 CEO는 TSMC와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양사는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총 7290억엔(약 6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534억달러(약 71조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이 성장을 이어가 2027년 1194억달러(약 15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지속된다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CWN 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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