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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고객 미소'를 추구하는 LG전자의 경영 철학은 제품·기술 개발에 국한되지 않은 인간 중심의 따뜻함이 있다. 최근 벌어진 소속 직원의 깜짝 사고에도 온기가 느껴진다. 유튜브 구독자 수 기부 공약을 내건 최정현 선임이 월급보다 많은 1000만원 상당의 기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회사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 검토에 나선 것이다. 선의로 시작한 기부가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직원 배려이자, 일상생활 속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적 기여다.
실제 최 선임의 기부 공약은 LG트윈타워에 설치된 기부 키오스크를 소개하면서 나왔다. 기부 키오스크는 디지털 기부 모금함으로, 임직원 사원증을 접촉하면 최소 1000원부터 5만원까지 지정한 금액만큼 월급에서 공제된다. 앞서 LG전자는 LG전자노동조합과 사무직 구성원의 자발적 대의기구인 주니어보드(Junior Board)로부터 제안을 받고, 'LG키오스크'를 활용해 기부 키오스크를 직접 제작했다. 최 선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MZ전자'를 통해 구독자 1명당 1000원 기부를 약속했다.
공약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MZ전자'의 구독자는 3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44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뻘짓연구소'에 공약이 알려지면서 구독자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결국 최 선임은 영상 게시 1주일로 공약 기한을 제시하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설마 구독을 누를까 싶어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당혹감, 함부로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행동이나 글을 올리는 것)를 끌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는 깨달음, 나아가 '아내에게 걸렸다'며 구독 취소를 요청하는 익살스러움까지 웃픈 처지를 보여줬다.
입소문은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구독자 수는 계속 늘었고, 안팎에선 '10만명 구독, 1억원 기부'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최 선임은 임원 대상 지원 요청 계획을 밝혔다. 그는 "말 꺼내는 것부터가 스트레스"라면서도 "어쩌겠나. 기부 못하면 회사 이미지가 나락갈텐데"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최 선임은 홍보맨이 아니다. 일반 사무 종사자로, 운영 채널 역시 LG전자의 공식 계정이 아니다. 회사에서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처럼 즐거운 직장 문화를 알려보자고 해서 개인 계정을 새로 팠다는 게 최 선임의 설명이다.
경영진도 최 선임의 사정을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관련 내용이 방송에도 연거푸 소개된데다 그 덕에 LG전자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가 상승했다. 이참에 가전을 LG전자로 바꿔야겠다거나 이왕 판이 커진 김에 구독자 수를 더 늘려 회사의 기부 동참을 이끌어내자는 댓글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의 해프닝이 회사의 홍보 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공약 기한인 10일까지 집계된 구독자 수는 1만명 남짓으로 알려졌다. 최 선임은 감사의 글에서 임원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뒤 "최고의 리더이신 조주완 사장님, 김영락 부사장님 사고쳐서 죄송하다. 저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한 개인에겐 마냥 웃지 못할 사고였지만, 추이를 지켜보는 채널 구독자 포함 국민들에겐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즐거운 시간'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사고 수습에 손을 내밀어 준 회사가 있어서다. 그러니까 결말은 우리 모두 'Life’s Good' 아닌가.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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