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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봄이 왔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건넨 인사말이다. 출장 소회와 성과를 묻는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들과의 논의가 만족스럽다는 의미,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상황을 '봄'에 빗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때문에 이 한마디는 국내 뉴스를 장식하며 화제가 됐다.
반도체 훈풍이 기대되지만 정작 이 회장의 경영 환경은 아직까지 쌀쌀하다.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오는 27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개시된다.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지만 검찰 항소로 족쇄를 풀진 못했다.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당초 재계 안팎에선 무죄 선고로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되는 3년 5개월 동안 매주 법정을 오갔다. 총 106회차 공판 가운데 95차례 출석했다. 빠진 공판은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동행 등으로 법원 허가를 받았다.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보니 해외 사업장 방문은 명절 연휴를 활용해야 했다.
스탭은 다시 꼬였다. 항소심 재판 출석에 발이 묶이면서 당분간 경영 불확실성을 이어가게 됐다. 더욱이 글로벌 복합 위기에 재계 총수들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 측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선고까지 최소 1년 이상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한국 GDP(국내총생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K-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다. 최첨단 기술과 국가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에 함께 힘써야 할 삼성 총수가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본인과 회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패권 전쟁 중이다. 전장에 출전한 한국 대표 기업에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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