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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실제 산업계 전반에서 하반기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우크라이나·중동에서 발발한 전쟁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도 변수로 부상했다. 결국 총수들의 발품 팔기는 위기 돌파구 마련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대선 결과가 미칠 영향과 글로벌 정세 파악을 위한 노림수로 해석하기도 했다. 물론 총수들과 미 정관계 인사들 간 만남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지난 13일 귀국했다. 이번 출장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동부 뉴욕, 워싱턴에서부터 서부 실리콘밸리까지 30여건의 일정이 빼곡한 강행군으로 설명하며 글로벌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퀄컴,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차례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출장 성과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거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외 주요 임원이 모여 사업 목표와 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이미 하반기 회의는 시작됐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머리를 맞댔고, 오는 25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논의 테이블에 앉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나흘간 테네시와 실리콘밸리에서 시간을 쏟았다. 특히 테네시는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북미 전진기지다. LG전자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이 위치한데다 LG화학이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구 회장이 각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실리콘밸리에선 LG테크놀로지벤처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아 스타트업 투자 현황을 점검했다. 뿐만 아니다. 외부 스타트업도 찾았다. 텐스토렌트, 피규어AI CEO와 회동하며 AI 반도체 및 휴머노이드 기술 트렌드를 살펴봤다. LG그룹 측은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며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구 회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행보"라며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써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미국으로 향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 등 그룹 내 AI·반도체 담당 경영진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초까지 현지에서 머물며 SK하이닉스의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 방안을 논의한다는 게 SK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번 출장은 최 회장의 흔들림 없는 경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혼 항소심 판결 이후 각종 루머로 곤혹을 치르는 상황에서도 경영에 소홀함 없이 미래 시장을 대비해 나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읽힌다. 절박함도 느껴진다. 최 회장은 오는 28~29일 예정된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한 뒤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출국했다. 회의는 화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회의로 불린다. 특히 올해는 리밸런싱 방향이 도출될 때까지 사실상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은 회의 마지막에 1시간가량 마무리 발언을 할 예정이다. 출장 성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최 회장의 고민이 깊은 때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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