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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완성차 업체로선 그간 '영업비밀'로 부쳤던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지만, 국내 배터리사에겐 기회다. 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온 중국 경쟁사를 견제하고, K-배터리의 삼원계(NCM·NCA) 기술력을 선보일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호재로 해석된다. 삼원계는 중국 배터리사들이 주력해 온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는 높지만 안전성이 떨어진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화재 사건 차량의 배터리는 삼원계로 분류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였는데, 제조사가 중국의 파라시스로 밝혀졌다.
하지만 배터리사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화재 사건의 원인이 마치 배터리의 문제로 부각되는 현 상황이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사건을 조사 중이다. 배터리의 문제인지 차체 결함인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단계인 것이다.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조기 진화에 급급해 관계부처 간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왜일까.
배터리 산업과 연관된 관계부처는 4곳이다. 우선 전기차 보급을 위한 전반적인 기반은 국토교통부가 마련한다. 이 중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충전기 설치 등은 환경부가 맡고 있다. 배터리 자체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다. 제조와 유통부터 안전 기준까지 관리한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사건은 행정안전부가 수습하게 된다. 산업 성장 전망이 높은 만큼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전략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실렸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업황 부진에 빠진지 오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전기차 화재 사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4년 72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계부처가 내달 발표를 목표로 전기차 안전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데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칸막이 행정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각 부처가 완성차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대책 회의를 여는 등 개별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 지난 13일 국무조정실 주관의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가 급하게 잡히면서 예정된 부처 회의를 연기하는 곳도 생겼다.
뒤늦게나마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다른 부처와 지자체까지 가세해 개별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터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화재 원인이 발표되기 전부터 낙인이 찍히고 있다는 게 업계 토로다. 이미 국내 배터리사들은 안전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술력 향상에 힘써왔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오는 2027년 삼성SDI를 시작으로 2029년 SK온, 2030년 LG에너지솔루션이 양산을 준비 중이다. 화재 방지 뿐아니라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배터리 정보 공개는 시작 단계일 뿐이다. 당장 시민들의 불안을 낮출 순 있지만 화재 방지를 위한 근원적 해결이 될 수는 없다. 도리어 시장 위축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관계부처는 주도권 싸움이 아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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