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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9조원(64억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을 받게 됐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기존 사업장 확충을 포함해 공장 추가 건설, 패키징 및 첨단 연구개발(R&D) 시설 신축으로 총 450억달러(6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데 대한 미 상무부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다. 투자 대비 보조금 비율이 14% 이상으로, TSMC(10.15%)나 인텔(8.5%)보다 높다. 경쟁사보다 적게 투자하고도 상대적으로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추진에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첨단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제조를 텍사스 중심부에 집중화함으로써 설계부터 완제품까지 미국에서 생산된 최첨단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첨단 제조 시설이 완공되면 미국 파트너 및 고객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생산거점 확보가 고객사 유치에 유리한 게 사실이다. 접근성을 높이고,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AI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몰려있어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반색할 일이다. 공급망 다양화의 필요성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얻게 된 우리 모두의 교훈이다. 결국 고객사나 공급사 모두 윈윈(win-win)을 기대해 볼만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말을 아꼈다. 미 보조금 규모가 역대 세 번째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관심이 쏟아졌지만, 이에 대한 코멘트를 붙이지 않았다. 왜 일까. 삼성전자의 침묵은 치열해진 시장 경쟁 속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 보조금 책정이 일단락되면서 현지 파운드리 경쟁은 본격화됐다. 사실상 지금부터가 승부다. 인텔만 하더라도 2030년까지 세계 2위 도약을 목표로 무려 1000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자한 만큼 수익성이 따라올지, 차세대 격전지인 2나노미터(㎚) 공정이 현지에서 무리 없이 진행될지, 보조금 수령에 따른 중국 내 투자 제한을 어떻게 풀어갈지 되짚어 볼 문제들이 많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처음 생산한다. 중국엔 낸드플래시(시안)와 패키징(쑤저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반도체 시장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정작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반도체 전쟁이 기업 생존을 넘어 각국의 안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며 자국 내 생산설비 유치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보조금 관련 정책 마련엔 인색하고, 지원 혜택도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다. 'K-칩스법'으로 불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올해를 끝으로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 법안' 명단에 오른 것이다.
현재 일몰 시기를 203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나,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만일 그대로 법안이 사라지면 설비투자 세액공제(대기업 15%, 중소기업 25%) 마저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국내 제조가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에게만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 조금 더 적극적인 정부 대응이 필요한 때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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