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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2부 조승범 기자 |
[CWN 조승범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세대를 이끌었던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계열사 판매 대금 미정산 대란을 일으키며,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G마켓을 업계 정상으로 키워 매각하고 해외로 떠나 큐텐을 설립하는 등 화려한 복귀를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이번 티메프 사태 이전까지 구 대표는 기자에게 은둔형 CEO라고 알려져 있었다. 기자들에게 인터뷰 요청도 자주 받는 CEO라는 얘기도 있었다. 구 대표가 잘나가던 회사를 매각하고 홀연히 싱가포르로 떠난 뒤 해외 진출을 위한 또 다른 플랫폼을 시도한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G마켓이 탄생했을 때와 현재 이커머스 시장 환경은 판이하다. 그의 말처럼 ‘치열하다’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출혈 경쟁이 보편화된 업계에 중국 자본을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까지 가세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번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 업계가 우려할 만큼 큰 폭의 할인율로 거래 마진을 낮추는 모험을 택했다. 이같은 전략은 판매 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 1조원이 넘는 금전적 손해를 안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 부처와 입법부, 그리고 법원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엄청난 금전적·심리적 부채를 남긴 상황에서 큐텐 그룹의 기사회생은 과연 가능할까.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는 와중에도 구 대표는 줄곧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그가 “개인 자금을 털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직후 기업회생을 신청한 행동은 우리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계열사인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는 매각 대상자들을 찾는다고 발표했다. 위메프도 각자도생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창업자의 불성실한 모습에 실망한 계열사 임직원들이 빠르게 살 길을 찾아 나서는 중이다.
아마도 큐텐 임직원들을 비롯해 소비자들과 판매 업체들은 구 대표가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이 정도로 성토하고 몰아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큰 족적을 남긴 그였기에 아쉬움과 배신감이 배가 되는 듯하다.
CWN 조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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