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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김정후 기자 |
[CWN 김정후 기자] 지난 2022년 '역대급 실적'을 올린 정유업계에 '횡재세'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횡재세란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에 추가로 소득세를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화두를 던진 것은 정치권이었다. 당시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회사는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보다 일정 수준 이상 많을 때 초과금액의 20~5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정유업계는 당연히 반발했다. 우선 정치권이 근거로 제시한 미국의 기업들은 국내기업과 수익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그 미국이 횡재세를 시행한 결과 기업 투자 감소, 석유 공급 부족 등의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현재는 미국에서도 폐지된 상태다.
실질적인 반발 사유는 지난 2022년의 실적이 '역대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10조3550억원에 달했으나 영업이익률은 6.4%에 불과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횡재세를 도입할 수 있는 영업이익률을 20% 정도로 보고 있다.
10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고유가가 시작된 지난 2007년 이후 정유 4사의 정유부문 누적 매출액은 1711조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31조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1.8%다. 정유업계가 보이는 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업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정유업은 단순히 유가가 오른다고 이익을 보는 산업이 아니다. 수입한 석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을 수출하며 이윤을 남기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 정제마진이 유가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요소에 힘입어 지속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오히려 주춤했다. 지난 1~2월 각각 배럴당 7.8달러, 8.2달러를 기록한 정제마진은 3월 4째주 배럴당 5.4달러로 내려앉았다.
따라서 업계는 올해 실적에 대해 '아직 모른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은 대표적인 저마진, 박리다매 산업으로 타 산업대비 이익율이 형편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둔 현재 정치권에서 횡재세에 대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유업계 실적이 전년 대비 절반이 넘게 급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반등하더라도 재논의는 어렵다. 애초에 2022년이든, 2023년이든, 2024년이든 정유업계는 횡재세를 낼 만큼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CWN 김정후 기자
kjh2715c@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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