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 안정성 중요한 상황...금감원 고민 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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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외경. 사진=CWN DB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힘을 쏟고 있는 보험사 인수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으로 물거품이 되는 듯했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다. 이달 중 예고된 우리금융에 대한 금감원 중간 검사와 경영실태평가가 내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금감원이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결과는 내놓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현재 금감원이 진행 중인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중간 결과를 당초 이달 초 발표에서 내년 초로 미뤘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28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기 중에서 유사한 건이 있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중간 결과를 12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언 사태와 이후 야당 중심의 국회 반발로 탄핵 정국에 돌입하는 등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미루기로 했다.
실제 이복현 원장은 탄핵정국 돌입 후 글로벌 IB 애널리스트와 만나 현 국내 상황을 설명하며, 이에 대한 극복 의지 등을 설명하며 투자자를 달래는 등 금융 안정성 확립에 분주하다.
금감원 역시 업권별 간담회 등을 통해 불확실성이 증대한 국내 정치상황에서 금융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전날인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 경제 상황과 금융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금융 등 금융권 주요 검사 결과 발표는 2025년 초로 연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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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
우리금융은 중간 검사 결과 발표 연기에 대해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LB생명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데, 금감원 검사와 함께 이뤄지는 경영실태평가에서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부정 평가를 할 경우 M&A가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이 동양·ABL 인수를 위해 제시한 금액은 조단위로 알려졌고, 이에 따른 계약금만 1500억원에 달한다.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현재 2등급인데, 금감원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 등으로 이유로 등급 하향 결정을 할 경우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는 원천 차단되고, 계약 불발로 인한 책임도 모두 우리금융이 떠안아 천억원 넘는 계약금은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경영실태평가는 2~3년마다 금융기관의 경영부실위험을 파악하는 평가다. 총 5등급으로 구분되는데, 2등급 이상을 유지해야 금융지주사는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특히 경영실태평가 항목 중 내부통제 비중이 올해 15%로 높아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가 손 전 회장 부당대출 건과 관련해 하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험사 인수 역시 물거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중간검사 결과를 미룬 만큼 우리금융으로서는 경영실태평가 하락으로 인한 M&A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관치금융 비판 속에서도 우리금융 사령탑에 오른 임종룡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당장의 비'는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정국이 소용돌이에 빠지고, 내각 역시 지각 변동이 일면 우리금융에 대한 금감원 감사 역시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단 점도 우리금융으로서는 다행스런 부분이다.
금감원으로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대주주가 중국 자본인 만큼 탄핵 정국과 맞물려 대규모 M&A 무산 시, 글로벌 자본 시장에 자칫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 전에는 금융권에서 내부통제가 올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연이어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적'이란 시그널을 내고 있는데,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락으로 인한 우리금융 M&A 무산되면 이에 따른 후폭풍은 금감원 몫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판단을 천년만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번 M&A 관련 협상 기간은 9개월로 정하되, 당국 승인이 미뤄질 경우 등 여건에 따라 3개월을 더하는 것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협상 기간이 1년을 넘게 되면 거래는 파기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원인 제공자가 져야 한다. 만약 금감원이 판단을 장기간 미룰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우리금융이 지고, 이로 인해 거래가 무산되면 우리금융이 낸 계약금은 그대로 사라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금융으로서는 탄핵 정국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지만, 정치와 경제를 따로 생각해야 하는 만큼 (동양·ALB생명 인수는) 차질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복현 원장의 임기도 내년 상반기 끝나는 점 역시 우리금융그룹 경영실태평가 변수 중 하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면 우리금융에 대한 엄격한 평가로 업계 전반에 (내부통제와 관련한)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안 그래도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을 최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기 종료를) 얼마 안남았는데, 굳이 리스크를 키우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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