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서 단독 미팅…기술 파트너십 확인
앤디 재시 아마존 CEO 회동에 DS부문장 등 반도체 경영진 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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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미국 출장을 마친 후 귀국했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치고 13일 오후 귀국했다. 이번 출장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와 협력 강화는 물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것으로, 동부 뉴욕과 워싱턴에서부터 서부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는 30여건의 일정이 약 2주간에 걸쳐 빽빽하게 진행됐다. 글로벌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과 퀄컴,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차례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이 회장은 말을 아꼈다. 귀국길에서 만난 취재진에 "열심히 해야지요"라고 답한 게 전부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 회장의 출장과 관련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해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바뀔 정도로 격화하고 있는 '기술 초경쟁' 시대 속에서 삼성의 글로벌 위상과 미래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며 "삼성의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AI등 첨단 분야에서 삼성과 고객사의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계의 이목을 끈 일정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단독 미팅을 가진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저커버그 CEO의 초청을 받아 팔로 알토에 위치한 자택을 찾았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2월 저커버그 CEO 방한 당시 이 회장의 초대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난 지 4개월 만이다. 다시 만난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AI,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미래 ICT 산업 및 S/W 분야에서 협력 방안 논의를 이어가며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2011년 처음 만났다. 이후 손에 꼽는 미팅만 8번이다. 저커버그 CEO는 2016년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 전날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7 언팩 행사, 2022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찾아 삼성전자와 메타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회동을 발판으로 삼성전자와 메타는 AI분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만났다. 두 사람은 생성형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며 추가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아마존은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의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하나다. 논의 자리에는 삼성전자 전영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DSA 부사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이재용 회장이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재계에선 이 회장의 반도체 경쟁 승부수로 해석했다.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든 아마존과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재시 CEO는 지난해 4월 생성형AI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밝힌 뒤 올해 3월 AI 데이터센터에 향후 15년간 1500억달러(206조8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아마존은 TV, 모바일,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여해 2022년부터 자사 파이어TV에 적용하고 있다.
오랜 협력을 맺어 온 퀄컴과의 사업 확대도 기대 요소다. 퀄컴은 뛰어난 무선 연결성과 고성능을 갖춘 저전력 컴퓨팅과 온디바이스 인텔리전스 분야의 선두기업이다. 삼성전자와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경쟁관계이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에 꾸준히 스냅드래곤을 탑재해오며 양사 협력을 이어왔다. 최근엔 AI PC와 모바일 플랫폼까지 협력 분야를 확대하며 차세대 모바일 AP 스냅드래곤8 5세대에 대한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을 열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났다. 아몬 CEO가 이달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해 "TSMC와 삼성전자가 함께 (모바일 칩 생산을) 하는 이원화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던 터라 업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칩 등 새롭게 열리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이 회장의 출장 성과는 이달 말 예정된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세트·부품(반도체)부문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국내외 주요 임원이 모여 사업 목표와 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빅테크들과 포괄적인 협력 노력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진화하며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 통과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BM3E 8단 제품은 6월, 12단 제품은 3분기 이내가 예정 기한이다. 그간 업계에선 시점의 문제일 뿐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를 기정사실로 해석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이다. 황 CEO는 이달 초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는 아직 어떤 인증 테스트에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함께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다. 하지만 HBM 시장 주도권은 경쟁사에 내준 상태다. 주도권을 다시 되찾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해야 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출장을 마친 이 회장이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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