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 규모 초과…재추진 여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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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가 자회사 두산밥캣의 지분 46.1%를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분할·합병안'을 상정, 승인을 구하려던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무위로 돌아갔다. 사진=두산그룹 |
두산그룹이 비상계엄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6개월에 걸쳐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편이 계엄 여파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물거품이 됐다. 주가 폭락으로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이 커졌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사실상 등을 돌리면서 개편을 이끌어갈 동력을 잃은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 예정됐던 두산에너빌리티의 임시 주주총회는 철회됐다.
당초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고, 해당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해 합병하려 했다. 추진 과정에서 두산밥캣 소수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시장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좌초 위기를 맞았으나, 합병 비율을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변경하며 주주 설득 및 금융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12일 임시 주총은 개편 작업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관문은 넘지 못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임시 주총 철회를 의결했다. 임시 주총이 아예 없던 일이 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안은 무산된 것과 다름없다. 향후 일정도 불투명하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같은 날 주주 서한을 통해 임시 주총 철회를 사과하며 "추가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으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박 대표가 토로한 것처럼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계엄 사태가 벌어지면서 통과를 목전에 둔 분할·합병안이 무산됐다는데 이견이 없다. 실제 비상계엄은 돌발 변수가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만 해도 2만1150원을 기록하며 주식매수예정가액(2만890원)을 웃돌았으나, 이튿날부터 5거래일 연속으로 하락세를 걸었다. 10일에도 1만7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높인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회사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주총회 전 반대 의사를 통지해 합병 승인 이후에도 보유 주식을 주식매수 예정가액으로 매수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단 주총 표결 때 기권이나 반대를 표시해야 확보할 수 있다. 두산은 분할·합병안에 반대하는 양사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에 사들이기로 약속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대비해 6000억원을 확보해 놓았다. 하지만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초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졌다. 회사 측은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간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기존 찬성 입장이었던 주주들마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나 불참으로 일부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결정타는 국민연금의 조건부 찬성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분할·합병안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12월 10일) 전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높을 경우 찬성 표결을 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기준으로 보면 기권이 유력하다. 이후 보유 주식(6.85%)을 전량 매수 청구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는 9162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비용 부담은 커지고, 분할·합병의 실익은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분할·합병안 재추진 여부는 미정이다. 두산 측은 "향후 다양한 대내외 여건을 검토하고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정확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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