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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픔 가진 자살 유족 치유와 회복 도와요”

주진 기자 / 기사승인 : 2024-11-21 18: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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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11월23일 '세계 자살 유족의 날' 맞아 5기 동료지원 활동가 위촉

동료지원 활동가들, 자살 유족 자조모임 이끌며 공감·연대로 치유·회복 도와

“자살 유족들이 충분히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사회 책무”

 

▲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자살 유족들은 본인의 잘못으로 아픈 비극이 발생했다고 후회하며 평생 죄책감 속에 살아갑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을 해주는 누군가가 꼭 필요합니다.”

21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최한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장에서 만난 이정미(가명·40대) 활동가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은 자살 유족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 동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가는 10년 전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당뇨를 앓았던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신체 왼쪽이 마비되는 장애를 입게 됐다. 생계도 잃고 가족들에게 짐이 돼버린 자신에 대한 좌절감, 미안함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후회가 밀려 들었지만, 아버지의 시신을 가장 처음 발견했던 어머니의 충격과 슬픔이 너무나 컸고, 어린 동생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그는 온전히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 남은 가족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냥 무작정 견뎌냈다. 여동생은 지난 10년 동안 꾹꾹 억눌러야 했던 슬픔이 이제야 뒤늦게 우울증으로 찾아왔다.

사회복지사인 이 활동가는 지난해 경북지역 자살예방센터에서 열린 한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동료지원 활동가 사업을 알게 됐고, “같은 아픔을 지닌 유족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경북 봉화와 영주 지역에서 자살 유족을 위한 자조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들을 자조모임에 있던 분들과 나누면서 내면의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었다. 일반 사람들에게 나누기 힘든 부분들을 모임에서 나눴을 때는 ‘나도 그랬다’와 같은 공감과 연대감을 얻을 수 있었고 큰 힘이 됐다.

5기 ‘자살 유족 동료지원 활동가’에 도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그는 자조모임 리더로 활동하게 됐다. 이 활동가는 자신이 경북 북부 지역의 첫 동료지원 활동가라며 미소지었다. 이 활동을 무엇보다 가장 기뻐해주고 응원해준 사람은 바로 여동생이었다. 이 활동가는 “10년 전에는 상담을 받고 싶어도 자살 유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이 없었다.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어머니도 나도 죄책감에서 벗어나 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었고, 여동생도 뒤늦은 우울증을 겪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측은 “‘누군가 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자칫 위기로 인한 정서적·인지적·행동적 역기능을 예방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료지원 활동분야는 자살 유족 자조모임을 이끄는 ‘자조모임 리더활동’, ‘글쓰기 및 온라인상 지원활동’, ‘돌봄 서비스’가 있다.

글쓰기 활동 중 '따뜻한 작별 문자 서비스'는 동료지원 활동가들이 치유와 회복을 돕는 희망 문구와 애도 과정에 필요한 정보들을 직접 작성해 월 2회정도 유족들에게 제공한다. 제공받기를 원하는 유족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유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얘기함(얘기해요. 기억해요. 함께해요)'도 운영하고 있다.

▲21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최한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 행사장 앞에서 동료지원 활동가 활동과 자조모임을 소개한 전시물.사진=CWN

4기 동료지원 활동가인 최동명씨(가명·50대)도 26년 전 신학대학 3학년 때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던 그와 가족들에게 아버지의 자살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집안 내부에서는 물론 교회와 지역사회에 드러나서는 안되는 비밀이어야 했다.

“신앙을 가진 집안에서 일어난 가족의 비극은 가족들끼리도 서로 말하지 않게 돼요. 그러면서도 ‘혹시나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알 수 없는 불안감, 죄책감은 더욱더 커집니다. 종교단체나 종교인들이 자살 유족들을 대할 때 더욱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최 활동가는 자살 유족 동료지원 활동가 4기로 지난해부터 서울 강서구와 구로구 자조모임 2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엔 각각 3~4명의 유족이 참여중이다. 그는 모임에서 자신의 아픈 이야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른 유족들이 편안하게 자기 경험과 아픔을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유족모임이 어둡고 슬프고 진지하게 진행될 거라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모모임을 이끌 때 우리 아픔 속에서도 밝은 면, 긍정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일상으로의 회복도 빨라집니다. 무엇보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쌓인 회복 경험 덕분에 유족들에게 오히려 이성적인 조언도 가능하게 되더군요.”

최 활동가는 본인이 힘들었던 시기처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 공감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와 단절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자조모임뿐만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권유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명의 자살로 평균 6명의 유족이 발생한다. 자살 유족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보다 8.3 ~ 9배 높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지난 2019년 자살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말' '위로가 되는 말'을 조사해 발표했다. 자살 유족에게 위로가 되는 말은 △힘들면 실컷 울어도 돼 △고인도 네가 잘 지내기를 바랄거야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많이 힘들었겠다 △네 잘못이 아니야 등이다. 자살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고인에 대한 험담(불효자다, 나약하게 자랐나 보네 등) △이제 그만 잊어라 △너는 고인이 그렇게 될 때까지 뭐했어? △왜 그랬대? △이제 괜찮을 때도 됐잖아 등이다.

이 활동가는 “‘10년이나 지났는데, 그만 잊을 때도 됐지 않아?’ 라거나 저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건네는 위로의 말에 ‘내가 고마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참 서글퍼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족의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빠른 일상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 활동가는 “동료지원 활동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나 지원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전문가들과 민간 단체들의 참여가 활발해져야 한다. 민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자살 유족 원스톱서비스 지원사업, 동료지원 활동가사업, 자조모임 활성화 등으로 유족 지원을 도모한다. 하지만 아직 전국 시군구 곳곳에 지원 체계가 온전히 갖춰져 있지 않은 곳들이 많고 유족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활동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최 활동가는 “우리 주위엔 생각보다 많은 자살 유족들이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꽁꽁 숨어있는 유족들을 양지로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며 “슬픔을 치유하고, 충분히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사회의 책무”라고 말했다.

CWN 주진 기자
jj72@cwn.kr

※ 이 기사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와 함께 하는 인터넷신문 GOOD NEWS 동행 캠페인에 참여하여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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