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임원인사 조기 단행 및 쇄신에 무게…장기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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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그룹 |
롯데그룹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 일환이자 경영진의 돌파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다.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8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데 이어 11월부터 임원 급여의 20~30%를 반납하기로 했다. 급여 자진 반납에 따로 기한을 두진 않았다. 반면 근무 시간은 늘었다. 임원 대상 회의를 주말에 개최해 사실상 주6일제가 시행됐다. 각 계열사와 지주 간 협력 강화가 목표로,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의 경영 개선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화학군 계열사 임원도 급여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업황 부진으로 적자가 계속되자 솔선수범 차원으로 동참한 것이다. 그룹의 개시카우 역할을 했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4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누적된 적자만 1조원(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이 넘는다.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70.7% 감소한 103억원의 영업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악화로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 7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외 출장 예산을 전년 대비 20% 감축하고, 임원 항공권 등급도 10시간 이내 비행의 경우 한 단계 하향했다. 뿐만 아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속도를 냈다. 설립 3년여 만에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회사인 'LUSR(LOTTE UBE Synthetic Rubber Sdn. Bhd.)'을 청산했다. 기초화학 산업은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를 통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인력 효율화를 위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롯데온을 시작으로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 등에서 희망퇴직이 시행됐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이달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특히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비용 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6월 가장 빨리 비상경영을 선언한 뒤 매장 면적 축소, 전 임원 급여 20% 삭감 등을 실시하며 고강도 군살 빼기를 진행해 왔다.
그룹 전반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기 임원인사의 시기나 방향점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통상 12월 인사를 단행하지만 이달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지난 8월에 각 계열사 임원들의 자기 평가 및 공적서 등이 제출돼 예년보다 인사 평가가 빨리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성은 '안정 속 변화' 보다는 '과감한 쇄신'에 무게가 실린다. 비상경영, 긴축경영을 이어갈 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점에서 쇄신에 방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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