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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부 권이민수 기자 |
이 같은 보험에는 '이익금지의 원칙'이란 게 존재한다. 이익금지의 원칙이란 말 그대로 보험으로 이익을 봐선 안된다는 뜻으로 실제 손해액 이상 보상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보험산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라 할 수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자동차 고의 사고부터 과잉 진료, 의료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이 5월 발표한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누수가 커지고 보험을 악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선량한 가입자들도 과잉 진료로 의심받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받는 등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전에 사는 김모씨는 7월 초 전신근육통과 발열로 병원에서 비타민 주사제를 활용한 수액치료를 받았다. 근육통 등 치료 목적으로 맞은 주사였으나 메리츠화재는 "치료목적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는 고단위 영양제"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김모씨와 유사한 사례는 온라인에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처방했다는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더라도 혈액검사 등 별도의 추가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번만 지급해 주겠다"거나 "특별히 해준다"는 식으로 일회성 보험금 지급을 약속하는 등 일관적이지 않은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김모씨의 경우도 유사하다. 2년 전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비타민 주사제를 남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분들까지 적용하기는 솔직히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따로 기록 남겨 심사에 반영시킬 테니 (혈액검사지가 없다고 보험금 지급이 거절당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김모씨에게 말한 바 있다. 그러나 7월 담당자가 바뀌자 바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람이나 보험사고 케이스에 따라 약관 규정에 대한 해석이 나뉠 수 있다 보니 그런 식으로 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심사 등을 강화하긴 했지만, 애매한 부분이 있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실손보험의 누수 문제는 일차적으로 보험을 악용하는 이들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보험사들에게 있다. 과거 보험 상품을 잘못 설계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김모씨 등 선량한 가입자들이 짐을 나눠 부담하는 모양새다.
실손보험금 누수문제를 해결하고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을 강화하고 비급여 보장 범위·수준을 합리화하는 등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손잡고 대대적인 실손보험 개혁을 선언한 만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일컬어지는 실손보험의 문제가 바로 잡혀 더욱 굳건한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김모씨처럼 피해를 입는 이들이 더는 없어지길 기대한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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