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받이 막히면 침수 속도 3배 빨라져
청소는 물론 '스마트 관리 시스템' 눈길
지도·번호판·신고 앱 도입…위치 표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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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서울 노원구 양지근린공원 인근 침수 현장. 사진=노원구 |
[CWN 정수희 기자] 밤사이 충청권과 전북, 경북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10일 서울 전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종료 시점을 단언하기는 이르다. 지역에 따라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도 있겠으나, 당분간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도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상기후에 따라 점차 예측하기 어려운 다발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기본 방안으로 빗물받이 관리가 꼽히고 있다. 빗물받이는 도로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수구로 물을 흘려보내며 특히 호우나 폭우 시 침수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실험에 따르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 시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차 있으면 역류 현상이 일어나 침수가 3배가량 빠르게 일어난다. 빗물받이의 3분의 2 정도만 덮여 있어도 전체를 열어 놓은 것보다 침수 면적이 최대 3배까지 넓어진다. 침수 높이도 2배 이상 증가해 빗물이 인도까지 범람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8월 수도권에 들이닥친 폭우로 다수 지역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는 빗물받이 관리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사례로 꼽힌다.
이에 서울 대부분의 빗물받이에 선제적인 정화 작업이 이뤄진 가운데 몇몇 자치구의 남다른 빗물받이 관리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원구가 '스마트 빗물받이 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호우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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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원구 스마트 빗물받이 지도. 이미지=노원구 |
구는 우선 지역 내 2만2000개 모든 빗물받이를 전수조사했다. 이어 빗물받이마다 좌표를 찍어 빗물받이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마트 빗물받이 지도'를 제작하고 위치를 특정할 수 있도록 '스마트 빗물받이 번호판'도 부착했다. 번호판에는 빗물받이의 고유번호와 민원 신고를 할 수 있는 정보무늬(QR)도 수록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담당자 직통번호도 담았다.
구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모든 빗물받이에 주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고 번호판을 부착해 수해 대응 체계를 완비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빗물받이 신고 전용 플랫폼' 개발로 신고 편의성도 높였다. 노원구에 따르면 '광학식 문자 판독(OCR) 기술'을 적용해 빗물받이 번호판을 촬영하면 관리 번호가 자동으로 감지된다. 또 신고 이력은 데이터에 누적돼 빗물받이 막힘이 집중되는 구역과 시기 등을 분석할 수 있어 효율적인 수해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구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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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스마트 빗물받이 번호판, 스마트폰 활용 민원 신고 예시. 사진=노원구 |
이에 더해 구는 지역주민 2000여명을 '우리동네 빗물받이 지킴이'로 위촉했다. 이면도로 골목 청소를 담당하는 어르신 일자리 요원 500명, 통장 720명, 환경공무관 170명, 주차단속 요원 20명,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요원 20명, 노원구 공인중개사 협회 450명, 약국 및 커피숍 등 지역 상인 100명, 한전 검침원 20명으로 구성, 불법 덮개 제거와 불량 사항 신고 등 빗물받이 관리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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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구 빗물받이 위치 알림 표식. 사진=양천구 |
양천구는 '빗물받이 위치 알림 표식'을 설치했다. 집중호우 시 안전사고 예방과 신속한 배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요 도로변 빗물받이 1300개소에 한눈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시인성과 내구성을 살린 표식을 도입했다.
구는 주요 도로 중 가로수가 식재돼 침수 위험이 높은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무단투기가 많은 상가 밀집 지역,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 주변 등을 대상으로 빗물받이 위치 알림 표식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표식은 총 6종으로 마모와 충격에 강한 특수 금속 스티커 재질로 구성됐다. 직사각형으로 어두운 보도블록과 대비되도록 밝은 색감의 디자인을 적용해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빗물받이 주변 쓰레기 무단투기를 예방하기 위한 홍보문구도 삽입했다.
이 외에도 지자체들은 장마철 안전관리에 행정력을 집중하며 빗물받이, 배수로 등에 막힘이 없도록 연일 점검을 이어 나가고 있다.
CWN 정수희 기자
js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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