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계요직 인물 신뢰도 1위
비상계엄-탄핵정국 속 안정적으로 입법부 이끌었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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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 회견을 하고 있다. 이 때 착용한 연두색 넥타이가 故김근태 상임고문의 유품이다. 사진=뉴시스. |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와 탄핵 과정에서 착용한 연두색 넥타이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우 의장은 지난 4일 새벽 불법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할 때, 지난 7일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 때, 같은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민주화운동의 대부’라 불렸던 '민주주의자'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의 유품이다. 김 전 고문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우 의장의 정치적 스승이다.
우 의장은 지난 4일 계엄이 해제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랜만에 김근태 형님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제가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꼭 매던 것”이라며 “넥타이를 맬 때마다 속으로 ‘김근태 형님 꼭 도와주세요, 용기를 주세요'라고 부탁과 다짐을 하곤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17년 9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 당시에도 같은 넥타이를 착용했다. 당시 우 의장은 "이 넥타이는 존경하는 김근태 선배의 유품이다. 아주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맨다"라며 "민주주의와 사랑을 구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넥타이로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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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장 SNS |
우 의장은 또 지난 5월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두고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김 전 상임고문의 묘지를 참배한 사실을 자신의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우 의장은 "마석의 김근태 형님을 뵙고 왔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는 보고도 드리고, 정말 뵙고 싶어서 찾아왔다"면서 "마주 앉아 소주도 한잔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럴 때 형님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그립다"면서 김 전 상임고문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우 의장은 연세대 재학 시절인 1981년 전두환 전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다 투옥됐고, 이후 재야에서 인연을 맺은 이해찬·임채정 전 의원 등과 평화민주당에 입당했다. 우 의장은 김 전 상임고문이 주도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 활동하며 민평련계, GT계로 불려왔다.
우 의장은 당직자, 서울시의원 등을 거쳐 2004년 17대 총선때 서울 노원을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부대표와 사무부총장을 지냈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다. 민주당에서 문재인 정부 집권 첫 해 원내대표를 지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 기본사회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현장 속에서 민생을 챙기는 '뚝심'을 발휘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 수습 국면에서 법 절차를 준수하며 안정적으로 국회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진행된 정계 요직 인물 신뢰도 조사에서는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제치고 신뢰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여명에게 정계 요직 인물 신뢰도를 물은 결과 우 의장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이 56%에 달했다. ‘우 의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26%에 그쳤다. 조사 대상 정치인 가운데 우 의장만 신뢰가 불신 응답보다 많았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신뢰 41%, 불신 5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은 신뢰 21%, 불신 68%,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신뢰 15%, 불신 77%로 나타났다. 모두 '불신한다'는 응답이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이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
우 의장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과 용기, 헌신이 이 같은 결정을 이끌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의 희망은 국민 속에 있다. 희망은 힘이 셉니다.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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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김근태 전 상임고문. 사진=김근태재단 |
"희망은 힘이 세다"는 김 전 고문이 생전 남긴 마지막 말이다. 김 전 고문은 군사독재 시절 최초로 공개운동조직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을 창립하며 민주화운동을 이끈 지도자다. 10여 년간의 수배 생활과 2차례 투옥으로 5년 6개월의 수감생활을 했으며, 26차례의 체포, 7차례의 구류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1995년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로 정치계에 입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보건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고문은 고문 후유증과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 지난 2011년 12월 30일 향년 65세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김근태의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한반도재단(이사장 유은혜, 이하 김근태재단)'은 민주주의자 김근태 선생의 삶을 기리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한 이들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2016년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제정했다.
제1회 수상자로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제2회 '윤민석 작곡가', 제3회 본상에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특별상에 '울산 리버스위트 입주민 일동', 제4회는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제5회 '대한민국의 모든 간호사들', 제6회 본상에 '영화사 명필름', 특별상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제7회는 미얀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판셀로(Pencilo, 필명)'가 선정됐다. 지난해 제8회는 박정훈 대령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을 공동으로 선정했다. 제9회 ‘김근태상’ 수상자는 내년 1월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며, 시상식은 김 전 고문의 생일인 2월 14일에 개최된다.
CWN 주진 기자
jj7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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