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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별관 2층 컨퍼런스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이 오는 28일 이뤄진다. 비교적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과 주춤거린 경제 성장률은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소지만, 문제는 가계부채다. 여기에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은 높은 원·달러 환율도 인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2020년5월 0.50% 수준까지 금리를 낮춘 바 있다. 이런 낮은 금리는 2021년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상승하면서 종료됐다. 제로수준을 보였던 한국 기준금리는 한은의 지속적인 통화긴축정책에 따라 꾸준히 오르며 지난해 1월 3.50%로 정점을 찍었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0.25%p 인하가 결정되면서 3년2개월 만에 긴축완화(피벗)로 돌아섰다.
당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배경은 고금리로 인해 설비나 투자 등이 위축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으로 내수 침체 우려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역시 1%대로 진입하며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치(2%) 내로 진입한 점도 금리 인하 단행 배경이다.
한은은 물가 및 내수 경기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집값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역시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인하를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50%p 낮추는 '빅컷(BigCut)'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국내외 금융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인하를 미루기 어려웠던 점도 38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다.
아울러 그동안 부동산 PF 리스크가 우려되는 등 국내 금융안정을 둘러싼 리스크가 이었지만, 이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점도 통화정책 변화 배경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과 10월 물가상승률이 1년 전보다 각각 1.6%, 1.3%로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오랜 기간 고금리에 내수경기가 침체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금리 인하를 통해 소비를 살려야 한단 지적도 있다. 실제 수출증가세 둔화와 내수회복 지연을 근거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이전보다 최대 0.3%p나 하락한 2.2%로 최근 하향 조정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 공약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경고 속에서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지금은 한국 경제 회복력 강화를 위한 강력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내수 회복과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은이 28일 금통위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심리적 저지선을 뚫은 뒤, 이후 1400원 안팎에서 등락이 이뤄지는 등 높은 환율은 기준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 연준 역시 인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또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1913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8조원이나 증가한 점도 한은으로서는 인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성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경우 지나친 변동성이나 가치 하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나아가 그러잖아도 힘든 경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외 금리차 역시 예전처럼 외환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요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1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또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연속적인 금리인하 단행 시 간신히 안정되기 시작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며 "1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3.25% 만장일치 동결"이라고 예상했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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