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설명회 깜짝 참석…"대법원 현명한 판단 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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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사진=SK |
[CWN 소미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경정을 통해 최 회장 측에서 주장한 '치명적 오류'를 수정하면서 쟁점 주식 가치의 변경, 기여도 판단이 달라졌다. 이에 따른 대법원의 심리도 복잡해졌다. 재산 분할의 타당성에 앞서 판결문 수정의 적법성 여부부터 따져보게 됐다. 판결에 흠집이 생긴 만큼 파기환송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평가다.
◇ 최태원의 '정면돌파'…상고 결심, 경영 활발
최 회장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 처리에도 상고 결심에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경정에 대한 항고까지 검토 중이다. 계산 오류가 재산 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숫자만 고쳐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재판부도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판결 취지와 내용은 유지했다. 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사실이 아닌 판결 내용은 상고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상고 결심은 익히 알려졌던 터다. 그럼에도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 마련된 재판 현안 관련 언론 대상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상고 이유를 다시 설명하고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초 설명회는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과 최 회장 측 변호인단만 참석할 예정이었다. 전날 밤까지 참석 여부를 고민한 최 회장은 "한 번은 직접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예고 없이 방문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판결과 관계없이 성실한 경영활동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총수로서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본인이 소유한 SK㈜의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돼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다. 이번에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왕성한 경영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내달 개막하는 제주포럼에 패널로 참여한다. 제주포럼은 최 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매년 주최하는 경제계 최대 규모의 하계 포럼으로, 올해 47회를 맞는다. 앞서 진행되는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경영전략회의는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안과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행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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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항소심 재판부의 잘못된 결과치를 근거로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한 만큼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SK |
◇ 쟁점 부상한 'SK C&C'…2심 판결문 흠집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1994년 11월 인수한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계산 실수했다. 최 회장이 취득할 당시엔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는데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 된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대한텔레콤 가치 증대 기여도 계산 역시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시기(1994.11~1998.5)는 12.5배에서 125배로, 최 회장의 시기(1998.6~2009.11)는 355배에서 35.5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오류를 인정했다. 문제는 대한텔레콤이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된다는 점이다. SK그룹의 전신 선경그룹은 1991년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위해 선경텔레콤을 설립하고 이듬해 대한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특혜 논란으로 사업권 자진 반납을 결정한 뒤 최 회장이 1994년 주식 70만주(2억8000만원)를 인수했다. 이후 대한텔레콤은 1998년 SK C&C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2015년 SK㈜와 흡수합병해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가 됐다. 최대주주인 최 회장(17.73%)이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고 최 회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함께 재산 분할 1조3808억원 지급을 판결했다. 만약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대한텔레콤(현 SK C&C)의 가치 기여분 계산에서 100배 왜곡이 없었다면 SK㈜ 주식의 재산 분할 대상 포함 여부 및 분할 비율 산정에 다른 판단이 나왔을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 자금 역시 부친의 '증여'로 주장하며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없는 '특유재산'으로 설명하고 있다.
관건은 종잣돈 역할을 한 대한텔레콤 인수 자금 출처 입증이다. 최 회장은 부친과 자신의 통장 입출금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며 자금 출처가 최종현 선대회장이라고 밝혔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달리 특유재산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길 바란다"며 '간곡한 바람'을 나타냈다.
◇ '6공 후광설' 반박…"SK 역사 부정당했다"![]() |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SK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SK |
최 회장이 상고를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SK그룹과 노태우 정부 간 정경유착을 사실상 인정한 판결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설명회에서도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에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묵은 가짜뉴스로 본인은 물론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는 게 최 회장의 토로다.
이형희 위원장은 '대통령 사돈기업'으로 도리어 '마이너스'가 됐다고 주장했다. 6공 기간 중엔 10대 그룹 가운데 성장률(1.8배) 9위에 불과했고, 6공 이후엔 광범위한 세무조사가 진행돼 경영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당시 세무조사에선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위원장은 "항소심 결과로 SK그룹이 6공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한 것이라는 정의가 내려졌다"며 △SK에 유입됐다는 비자금 300억원에 대한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 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등을 규명이 필요한 사안으로 꼽았다.
SK그룹 관계자는 "SK와 구성원들의 명예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곡해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일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 기한인 21일 전까지 상고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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