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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 칼럼] 권위의 역전, 아랫사람의 가스라이팅

구혜영 논설위원 기자 / 기사승인 : 2025-09-30 13: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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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이란, 심리적 조작의 한 형태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현실 인식을 왜곡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힘 있는 자가 약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하며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현상, 즉 무능한 윗사람을 아랫사람이 교묘히 길들이고 흔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권위와 지위는 위에 있지만, 실제 장악력은 밑에 있는 자가 쥐는 역전현상이다.

책임은 갖지 않으려고 하고, 결정력이 부족한 리더의 빈틈은, 권력 욕심이 많은 아랫사람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상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지 않으면서, 대신 은근하게 상사의 판단을 흔들어 놓는다. ‘더 높은 상사의 지시였다, 그동안의 관례나 관행은 이랬다. 법이나 규정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우리 조직을 다루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앞으로 성과를 내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사실을 재구성한다. 결국 상사는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며, 아랫사람이 내미는 해석과 제안에 점차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은 아랫사람의 단순한 보좌가 아니다. 즉, 호가호위(狐假虎威), 즉 여우가 호랑이의 권세를 빌려 행세하는 구조가 되기 쉽다. 겉으로는 윗사람의 권한처럼 보이지만, 실제 영향력은 아랫사람의 언어와 해석, 그리고 차곡차곡 쌓인 ‘은밀한 조종의 기술’ 속에 스며들어있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이미 그의 손을 거쳐 재단되고, 리더는 허울뿐인 도장만 찍게 된다. 권위를 지켜야 할 자리가 오히려 스스로의 약점을 무대 위에 드러내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아랫사람의 가스라이팅 동기는 단순하다. 무능한 리더의 빈틈을 보완해 내가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조직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윗사람은 점차 허수아비로 전락한다. 위계를 역이용한 권력 사유화는 결국 그 아랫사람의 책임회피 장치가 되기도 한다. 잘못이 드러나면 ‘상사 뜻대로 한 것뿐’이라며 빠져나가기 쉬운 탓이다.

이 같은 역전형 가스라이팅은 조직의 건강성에 큰 상처를 낸다. 공식 리더십은 존재하지만, 실질적 리더십도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지휘체계는 흐려지고, 아랫사람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공적 명분으로 둔갑해 구성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때로는 한 개인의 욕망을 위해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숨은 권력자’가 출현하지 않는 좋은 조직이 되려면, 공식 리더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얻어진 정보와 의견을 토대로 직접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후 투명하게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고, 그 결과를 구성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리더가 번번이 흔들리면 결국 조직 전체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조직에서는 누가 호랑이고 누가 여우인가?

구혜영 논설위원

현)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자원봉사 자문위원장

현)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전) 광진구복지재단 이사장

전) 여성가족부 소관 농어촌육성재단 이사장

<자원봉사론> 3판 저자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3판 저자

<그래서, 그래도 말단이고 싶다> 에세이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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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 논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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