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속전속결 인수심사 금융위원회도 책임 있어"
"우리금융, 고용승계 등으로 제대로 된 대주주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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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금융위원회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권이민수 기자) |
[CWN 권이민수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양 노조가 두 회사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과거 인수심사를 처리한 금융위원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인수를 추진하는 우리금융을 향해서는 고용승계를 촉구했다.
24일 오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광화문 인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를 열고 "직원 헌신과 희생으로 회사의 가치를 올려놨더니 중국계 자본이 먹튀(먹고 튀기)하려고 한다"며 "과거 속전속결로 인수심사를 진행한 금융위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인수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수를 추진하는 우리금융을 향해 "밀실에서 진행되는 매각 협상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며 매각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우리금융에 대해 고용안정 보장·단체협약 승계·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최근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함께 동양생명 및 ABL생명을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달 26일부터 두 회사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다자보험그룹이 42.01%,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33.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ABL생명은 안방그룹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지난 2015년 6월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2016년 12월 ABL생명마저 인수했다. 이후 안방보험이 다자보험그룹에 흡수되면서 양사는 2020년 다자보험그룹 산하 보험사가 됐다. 다자보험그룹은 지난 2018년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비상 경영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다자보험그룹의 최대 주주는 중국보험보장기금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기관이다. 중국보험보장기금은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한 뒤 내년 다자보험그룹도 마저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예보가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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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건 ABL생명 노조 지부장이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선미 동양생명 노조 지부장, 김 지부장, 이기철 공대위 집행위원장, 김태갑 생명보험업종 노조 본부장. (사진 = 권이민수 기자)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런 상황에 대해 '먹튀'라며 분개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동양생명은 사상 최대인 29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보험계약마진(CSM)은 올해 3월 말 기준 2조6912억원을 기록하며 업계의 '알짜배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BL생명도 지난해 순이익 804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한 상태에서 매각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기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중국계 자본이 들어온다고 할 때부터 이럴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중국계 경영진이 오면서 회사는 수많은 변화와 혼란이 있었고, 직원들이 그 고통을 감내해 회사를 바로 세웠다"며 "가치가 오르니 먹튀를 하려 한다, 먹튀를 통해 얻게되는 기회비용을 청구해야만 한다"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
최선미 동양생명 노조 지부장도 "지난 2016년 안방그룹 회장의 중국당국 연행과 경영진의 부주의로 인한 육류담보대출 부실 관리 문제로 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2018년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접수하는 등 혼란 속에서도 동양생명 직원들은 헌신적인 노력으로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며 "올해 3월 한국인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직원들은 회사가 안정될 것을 기대했는데 취임 4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매각 소식을 들어 충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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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금융위원회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권이민수 기자) |
공대위는 과거 인수심사를 진행한 금융위를 비판하면서도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인수심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금융위를 향해 "중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것인 만큼, 더 까다롭고 유심히 살펴야 했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했는데 속전속결로 인수심사를 처리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이어
김태갑 생명보험업종 노조 본부장도 "경영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에 금융의 핵심 중 하나인 생명보험사를 넘긴 것 자체가 문제"라며 금융위에 제대로 된 인수심사를 촉구했다.
인수를 앞두고 실사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을 향해서는 "매각의 모든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고용과 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항은 공개돼야 하고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용안전 보장, 단체협약 승계, 노동자를 향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본 규모는 차이가 크지만, 인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게 없고, 같은 업종이다 보니 중목 업무 인력도 적지 않아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미 내부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최선미 동양생명 노조 지부장은 "실사 진행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 어떤 점이 고려되고 논의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 매각에 따른 고용 불안과 근로조건 변경 등에 대한 불안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직원은 매각 진행의 혼란 속에서 대주주의 결정에 따라 흔들리고 버려져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직원의 노력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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