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보잉 737-800' 전수점검…제주항공 안전감독
737-800 정비 규정 준수 여부 점검…美NTSB·보잉사 참가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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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 사진=뉴시스 |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랜딩기어 고장으로 대형 인명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두고 일각에선 '예고된 사고'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고 원인이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오고 있는 데다 사고 여객기가 48시간 동안 국내외 8개 공항을 오가며 총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나타나 정비 불량에 의한 기계적 결함 유무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비행 데이터를 추적하는 항공전문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기록된 사고기(등록번호 HL8088) 운항 이력을 살펴보면, 사고기는 최근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과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 비행했다.
일부에선 무리한 비행 시각 탓에 충분한 사전 정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주항공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사고가 발생한 해당 항공기는 출발·도착 전 점검과 24시간 점검을 완료했으며, 기체 이상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출발 전후 일상적으로 점검을 하는 과정이 있고, 관련 내용도 국토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여객기는 지난 2022년 11월20일 일본 간사이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했으나 이륙 직후 조류 충돌로 의심되는 엔진 고장으로 회항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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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서울 본사. 사진=뉴시스 |
LCC 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항공기 운항에 가장 중요한 자체 항공정비(MRO)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자체 MRO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모(母)회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LCC 항공기 안전 장애 총 14건 중 8건은 티웨이항공, 3건은 제주항공에서 발생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제주항공 직원들이 올린 글들을 보면, 작성자 A씨는 지난 2월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제목의 글에서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1년 전 "하늘에서 엔진 자주 꺼지는 항공사 제주항공"이라며 "정비비용 아끼느라 1년에 공중에서 엔진 4번 꺼짐. 타항공사에서는 그룹 역사 전체적으로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중대 사고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제주항공의 안전불감증을 감시하고 멈춰주세요. 국민과 제주항공 직원들의 항공 안전을 경영진으로부터 지켜주세요"라고 적었다.
제주항공 정비사라고 밝힌 또 다른 직원은 "위험한 비행기를 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정비사들은 야간에 13~14시간을 일하며 밥 먹는 시간 20분 남짓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일한다. 업무량은 타항공사에 비해 훨씬 많으며 항공정비업계에서는 '제주항공에서 2년 버티면 어디서도 버틸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기체 결함, 무리한 운항 스케줄 등의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29일 브리핑에서 "항공기 정비와 관련해선 양보가 있을 수 없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이 있고, 제주항공은 모든 비행편 한편 한편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 사전에 준비하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무리한 운항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를 제때제때 철저히 하고 있고 계획된 정비, 그리고 일상적으로 출발 전후에 이뤄지는 모든 정비 등 한치에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간사이 공항에서 엔진 고장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2년 전쯤 있던 일인 것 같은데 저희가 정비와 관련해서 어떤 절차를 생략한다거나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고, 정비 환경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열악하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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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 개요도를 보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사고기를 운용한 제주항공에 대해 강도 높은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기체 제작사인 보잉사와 함께 사고원인 등에 대한 합동 조사에 나선다.
국토부는 "(제주항공의) 항공기 가동률이 높은 것은 사실 통계로 나오는 수치"라며 "항공안전감독관을 제주항공에 급파하는 등 강도 높게 항공 안전 감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날 사고기에서 회수한 비행자료기록장치(FDR)과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 2종을 이날 오전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해 분석 가능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조사에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참여하고, 기체 제작사인 보잉과 미국·프랑스가 합작투자한 엔진 제작사인 CFMI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NTSB는 이번 참사에 조사를 돕기 위해 미국 조사팀을 파견할 예정이고, 보잉사도 참석 회신을 받은 상태다.
국토부는 또 사고 여객기의 기종인 '보잉 737-800'(B737-800)에 대해 전수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국토부는 "제주항공 사고기와 같은 기종(B737-800)이 우리나라에 101대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먼저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방안 검토하고 있다"며 "가동률을 비롯해 항공기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과 정비 등 기록 등에 따라 여러 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종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운용 중으로, 제주항공이 39대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수를 항공편에 투입하고 있다.
이어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 운용 중이다.
B737-800은 1997년 출시 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5000 대가 넘게 팔린 기종으로, 많이 팔린 만큼 기체결함이나 사고 소식도 많이 전해진다.
CWN 주진 기자
jj7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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