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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경제부 권이민수 기자 |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9%) 대비 0.2%포인트(p) 하락한 수치였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3.1%)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확연하게 안정세로 전환됐다"며 안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식탁 사정은 그다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8.7%로 전체 평균치의 3.2배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과실은 38.9%로 14.6배였다. 사과 가격이 80.4%, 배 가격이 126.3% 상승했다. 사과는 작년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으로 지난 3월(88.2%)과 4월(80.8%)에 이어 석 달째 8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 가격은 1975년 1월부터 시작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찍었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3% 올랐다. 신선 과실이 39.5%, 신선 채소가 7.5%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생선·해산물·채소·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 지수다.
외식물가상승률도 지난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치(2.7%)보다 0.1%p 높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인 '참가격'을 보면 지난 4월 서울 지역 김밥 가격은 평균 3362원으로 3년 전(2692원)보다 24.9% 올랐다. 비빔밥은 같은 기간 8846원에서 1만769원으로 21.7% 상승했다.
서민들은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민생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윤 정부는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상속세 완화, 관세 완화 등 세제 개편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법인세와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건전 재정 기조(긴축 재정) 아래 법인세 인하, 종부세 인하 등 적극적 부자 감세를 이어온 윤 정부는 역대급 세수 결손, 소득분배 약화 등 고질병을 앓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추가적 세제 개편이 진행된다면 정부의 민생 지원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난데없이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앞바다에 삼성전자 시가총액(450조원)의 5배 규모(2270조원)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핑크빛 환상과 더불어 미국의 분석 업체 액트지오사에 대한 신뢰성, 과거 박정희 대통령 동해 유전 발표, 특검 피하기 꼼수, 천공의 그림자 등 온갖 의혹이 일어나며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고통받는 민생의 문제는 다시 물밑으로 가라앉아버렸다.
현재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21%까지 추락한 상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역시 ‘경제·민생·물가’(1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정부 브리핑대로 석유가 콸콸 나오면 좋겠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부가 민생 돌보기에 나섰으면 좋겠다. 나의 맛있는 비빔국수에는 과일이나 야채가 필요하지, 석유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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