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한동훈 "가상자산, 투기로 몰지 말아야…공평 과세 준비 안돼"
野진성준 "내년부터 예정대로 과세...공제한도 5000만원으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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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점을 돌파하는 가운데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비트코인' 급등에 여야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22% 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여론을 반영해 오는 2027년까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주장하고, 야당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대신, 현재 250만원인 기본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는 25일 가상자산 과세 관련 법안 등 남은 쟁점 사안들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그에 따른 영향과 성과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며, 아직 과세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지금 유예를 결정하지 않으면 한 달 뒤 가상자산 22% 과세가 시작된다"며 "아직 우리는 공평 과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한 대표는 "가상자산의 경우, 청년들의 투자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나 주식 투자를 투기로 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산 형성, 새로운 희망의 도구로 이제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과세 공제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면 과세 대상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가상자산 투자자 800만명 가운데 10억원 이상 보유자인 3500명(0.04%) 정도만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위의장은 "4년 전에 입법돼 이미 두 차례나 유예된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를 다시 유예하자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자산 이용자 778만명 중 1000만원 미만을 투자한 사람이 90%"이라며 "'800만 투자자와 싸우겠다는 것'이라는 거짓말까지 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민주당은 이 세법개정안을 조세소위 논의를 거쳐 26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여야 간 이견 차가 크고, 예산 부수법안인 만큼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 다음달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처럼 토론을 통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코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과세 시행 반대 여론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국회청원 사이트에 게시된 '2025년 1월 1일 코인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에는 벌써 7만명을 웃도는 투자자들이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인은 "금융투자 소득세와 가상자산세는 같은 투자에 대한 세제인데 한쪽은 폐지, 다른 쪽은 시행이라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가상자산세 유예 입장을 보였던 민주당이 최근 가상자산 가격 상승 이후 과세로 입장이 급변했는데 세법 정책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국회 청원은 1개월 내로 5만명 동의를 모으면 관련 상임위에 회부돼 심의 대상이 되고, 이어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과세하려면 소득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해외 거래를 포함해서 가상자산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느냐"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현재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의 경우 사실상 추적이 어려운 만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가상 자산 투자자 등의 과세 반대 내지 유예론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주요국의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보고서에서 "현행 가상자산 비과세는 조세 회피 행위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과세 인프라 구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다른 소득과의 차별 과세는 조세 중립성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의견이다. 또 인프라 구축 미비를 이유로 과세를 유예하는 건 국제적인 현황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CWN 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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