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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부 권이민수 기자 |
트래블 카드는 해외여행객을 타깃한 카드 상품이다. 최근 주요 카드사들은 연이어 트래블 카드를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비대면 무료 환전·해외 결제 수수료 무료·환전 우대 등이 특징이다.
그런데 여행 계획 첫 단계부터 문제가 생겼다. 열심히 각 카드사의 트래블 카드를 비교하던 아내가 "트래블 카드들이 다 비슷해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싸맨 것이다. 실제 금융권 일각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22년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카드사의 트래블 카드 전쟁이 시작됐다. 뒤이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NH농협카드 등이 일제히 가세했다.
최근 트래블 카드 대전은 체크카드를 넘어 신용카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신한카드가 SOL트래블 신용카드를 출시하며 기존 트래블 신용카드 상품군을 보유했던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까지 더불어 삼파전을 열었기 때문이다. 업계 최초 트래블 신용카드를 선보인 하나카드는 대한항공과 손잡고 이달 22일 대한항공 트래블로그(스카이패스·프레스티지) 신용카드를 출시한다.
주요 카드사들의 관심이 트래블 카드에 모이는 이유는 그만큼 해외여행 시장 규모가 코로나19 이후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농협카드를 포함한 9개 카드사의 직불·체크카드 해외 이용금액(개인고객기준)은 1~5월 누적 2조803억원이다.
가입자의 수도 상당하다. 트래블 카드 선두 주자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는 올해 5월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했고 환전액도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2월 출시한 신한카드의 SOL트래블카드는 이달 내 가입자 수 100만명 돌파가 확실한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는 출시되는 카드만 많지, 고객 입장에서 그 차별성을 느끼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는 경쟁 속에서 출시된 카드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점은 고객 입장에서 매우 아쉽기만 하다. 트래블 카드들은 많은데 죄다 혜택 베끼기로 유사한 형태라면, 그걸 '선택권이 많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요즘 카드들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며 "고금리로 카드사들도 힘든 와중이라 특별한 이벤트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는 '배타적 사용권'이라는 한시적 특허권이 있다. 신상품 개발이익 보호를 위해 지난 2001년 12월 도입됐으며, 보험협회 내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상품의 독창성·진보성·혁신성 등에 따라 3개월에서 최대 1년간 독점 판매 권한을 인정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을 두고 "상품을 베끼지 못하니 각 보험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금리로 각 카드사가 힘든 상황이라 카드 상품에 차별화된 혜택을 추가할 수 없고 그저 먼저 나온 타사 카드의 주요 혜택을 베끼기만 할 거라면, 차라리 카드업계도 보험업계처럼 '배타적 사용권'을 도입하면 어떨까?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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