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업1부 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엄마 아이바오, 아빠 러바오,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남겨둔 채 홀로 귀환길에 올랐다. 예정된 이별이었다. 국내 첫 자연 번식으로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고향은 경기도 용인이지만, 소유권은 중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판다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매매가 금지된 동물이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도 예외가 아니다. 성(性) 성숙이 시작되는 만 4세가 되면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홀로서기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야생 판다의 경우 24개월 전후로 독립한다. 푸바오 역시 2022년 9월 아이바오와 분리된 생활을 해왔다.
푸바오와 같은 절차를 루이바오, 후이바오도 밟게 된다. 아이바오, 러바오는 한중 합의에 따라 15년의 체류 기간이 끝나는 2031년 3월까지 한국에서 지낸다. 사실상 임대다. 대가는 적지 않다. 한쌍당 연간 100만달러(약 14억원)의 보호기금을 임대료로 지불해야 한다. 새끼가 태어나면 추가금이 붙는다. 푸바오의 경우 50만달러,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30만달러다. 여기에 판다의 주식인 대나무 비용까지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 사육 비용은 대여자의 몫이다.
이 같은 배경에 푸바오의 환송 열기를 둘러싼 국내 여론도 양분된 모습을 보여줬다. 푸바오를 보내는 아쉬움과 걱정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푸바오 신드롬'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푸바오는 떠났지만 우리에겐 곱씹을 주제가 생겼다.
판다는 단순한 임대가 아니다.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양국 외교를 잇는 사절단 역할을 한다. 실제 푸바오 반환 과정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대사관은 판다 가족을 돌본 한국 사육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푸바오는 자신의 이름처럼 한국에서 함께한 1354일 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던 시절엔 위로의 아이콘이었다.
가교 역할은 삼성그룹이 맡고 있다. 판다 사육은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의 사회공헌활동(CSR)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 지불하는 보호기금부터 판다를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삼성물산에서 부담한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중국 제외)를 자랑하는 판다월드 구축에만 2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은 한국 최초의 판다 밍밍과 리리의 사육을 담당했으나, 4년여 만인 1997년 임대를 포기했다. 외환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져서다. 하지만 기부는 계속해왔다. 판다보호기금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유일한 한국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때문에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판다를 다시 한국에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사육을 담당할 동물원으로 에버랜드를 콕 집었다.
물론 판다 사육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푸바오가 지난 3월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공개되기까지 1155일 동안에만 약 550만명이 에버랜드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굿즈 판매량과 유튜브 채널 구독자 및 조회수 등 부가가치도 높다. 기업 브랜드 가치 제고는 덤이다. 숫자로 산출하기 어렵지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판다 사육이 쉬운 결정도 아니다.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푸바오 반환을 앞두고 특별 건강관리, 이송 케이지 적응 훈련 등 검역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삼성의 신념과 오랜 투자가 푸바오 가족을 통해 드러난 게 아닐까 싶다. 기업의 CSR은 방식과 무관하게 다양하고 따뜻할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저작권자ⓒ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