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등 소유한 계열사 통한 부당 내부거래 의혹 공정위 조사 중
소비자단체까지 나서 질타 “제약회사로서의 기업비전 다시 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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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광동제약 |
[CWN 최한결 기자] 최근 경영승계가 완료된 제약업체 중 유독 따가운 눈총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광동제약이다. 제약사의 기본 소명인 연구개발(R&D)에 소홀한 것은 물론 부당 내부거래 등과 같은 불미스러운 혐의들이 오너 일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고(故) 최수부 선대 회장의 외아들인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회장으로 승진한 뒤 경영승계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그런데 광동제약을 제약사로 보는 업계 관계자는 전무하다. 식·음료(F&B) 사업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다수(매출 3095억원)와 비타500(매출 185억원)을 중심으로 한 식음료 비중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동제약’이 아닌 ‘광동음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비자단체의 지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월 성명을 내고 “광동제약이 신약개발 등 제약회사로서의 성장보다는 음료판매 등을 통한 기업경영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약개발 등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제약회사로서 명확한 기업비전을 확립하고 R&D 투자비중 확대 등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204억원의 R&D 비용을 투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47.8% 증가한 수치이긴 하나,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제약·바이오업계 R&D 비용 1위는 셀트리온으로 3427억원이다. 그나마 축소된 액수가 이 정도다.
최 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부당 내부거래 의혹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광동제약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마친 뒤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공정위가 광동제약과 그 계열사인 광동생활건강 사이에 이뤄진 거래를 들여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광동생활건강의 지분 100%는 최 회장을 주축으로 한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으로 이뤄졌다. 매출도 사실상 광동제약을 통해 상승하는 구조다. 양사 간 내부거래액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로, 지난 2019년 64억원에서 지난해 146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와중에 최 회장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광동생활건강을 통해 꾸준히 광동제약 지분율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광동생활건강이 보유한 광동제약 지분율은 3.05%다. 이에 따라 공정위나 소비자단체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치켜세우고 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쌍화탕과 청심환으로 대변되는 의약품 위주로 광동제약을 ‘제약 명가’로 발전시킨 선대 회장과 다른 행보를 놓고 업계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다”면서 “물론 고심 끝에 일군 F&B 사업으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긴 했으나, ‘본업’과 ‘소명의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 온 듯하다”고 지적했다.
CWN 최한결 기자
hanbest0615@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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