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쟁사 대비 성능 개선 앞세워 초격차 확보

[CWN 소미연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변기를 맞고 있다. 선도적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AI(인공지능) 열풍을 탄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AI를 구동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가 상용화에 성공했고, HBM3의 확장형 모델인 HBM3E 개발로 5세대 개막을 준비 중이다.
메모리 제조사 빅3의 패권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마이크론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HBM3E 대량 양산 시작을 알렸다. 양산 시작은 고객사 인증 완료를 의미한다. 실제 마이크론은 "올 2분기 출하될 엔비디아의 'H200 텐서코어 그래픽칩(GPU)'에 탑재될 예정"이라며 고객사를 공개했다. 다만 공급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마이크론의 깜짝 발표는 HBM 시장의 선두주자 SK하이닉스의 위기로 해석될 만하다. SK하이닉스의 HBM3E 대량 양산 시점은 올 2분기다. 이르면 3월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차세대 시장 선점에서 한발 늦은 셈이다. 관건은 마이크론과 엔비디아의 관계다. 마이크론이 고객사명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그만큼 양사의 파트너십이 공고하다는 뜻이다. 고객사의 동의가 없다면 비밀로 부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HBM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린다. AI 연산용 GPU 글로벌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H100'에 탑재할 HBM3의 주요 공급사는 SK하이닉스로 택했다. 하지만 차세대 제품인 'H200'부터는 공급망 다변화를 결정했다. H200에 탑재될 HBM3E를 둘러싸고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배경이다.
SK하이닉스의 방어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 반도체 전략 간담회'에 참석해 "저희가 계획한 일정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초 HBM3E 양산을 시작해 고객사 성능 인증을 위한 샘플을 제공했다. 대량 양산이 시작되면 수율로 최종 승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판단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 제품은 동일한 사양과 성능을 갖췄다. 8단 적층의 24GB(기가바이트)다. 개발 속도는 SK하이닉스가 빨랐다. 전 세대인 HBM3 개발과 양산 최초 기록도 SK하이닉스가 가져갔다. 반면 마이크론은 HBM3를 건너뛰고 HBM3E로 직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성능 개선을 앞세워 차세대 HBM 경쟁에 참전했다.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로 12단까지 D램을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초당 최대 1280GB의 대역폭과 현존 최대 용량인 36GB을 제공해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HBM3 8H(8단 적층)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샘플은 이미 고객사에 제공했다. 올 상반기 양산이 목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뒷심을 주목하고 있다. HBM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수성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승부처다. 이번 기술적 성과 홍보도 삼성전자의 초격차 의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의 HBM3E 대량 양산 시작을 알린 다음날 HBM3E 제품의 36GB, 12단H(High·적층) 개발 성공 소식을 전하며 응수했다. 6세대 제품인 HBM4 개발도 속도전에 나섰다. 오는 2025년 시제품 출시, 2026년 양산이 개발 로드맵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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