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WN 최한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갈수록 빨리지고 있다. 미국과 EU(유럽연합), 인도 등 글로벌 격전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TOP3 메이커로 올라선 데 이어, 이번에는 중남미로 눈길을 돌린 것. 이에 따라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중남미 시장 확대를 위해 1조5000억원(1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로 지목되고 있는 남미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미리 선점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브라질은 2022년 기준 인구 2억1000여명(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1조9200억 달러(세계 11위)의 남미 최대 경제국이다. 미국, 유럽에 이어 인구는 물론 ‘브릭스’의 일원으로써 잠재력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선임된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완성차메이커로 성장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현지투자 전략을 펼쳐왔다. 가장 먼저 신경을 쓴 곳은 미국이다. 정 회장의 수석부회장 당시 미국 조지아주에 기아 공장을 설립하며 현대차의 앨리바마공장과 함께 미국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거점으로 격상시켰다. 이어 유럽 생산공장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전기차시장으로의 전환에 주도권을 쥐었다.
가장 큰 성과를 낸 곳은 인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108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다 생산량을 달성했다. 2년 연속 연간 생산량 100만 대를 넘기는 등 인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365만8000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TOP3로 올라섰다. 이중 23.5%인 85만9000대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미국 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만대 증가했고 판매 비중도 2.3% 포인트 커졌다.
한국(18.9%)이 2위를 차지했으며, 유럽도 17.5%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글로벌 전략'이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인도, 동남아와 중동을 챙겼다면 올해는 중남미다. 지난 22일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만남에 이어 1조5000억원의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도 바로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브라질 정부 정책에 발맞춰 탈탄소 정책과 전기차 전환 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브라질 탈탄소 부문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총 190억 헤알(약 5조1000억 원) 규모의 감세와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MOVER)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브라질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대규모 세제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현지에서의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브라질 현지에 중남미 지역을 총괄하는 수소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단순한 세제혜택 뿐 아니라 현지 탈탄소 정책에 발맞춰 현지에서 그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전기차 사업부문의 공격적인 확장 정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세계 올해의 차에서 3개 부문을 석권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 등 전동화 차량을 브라질 시장에 빠르게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양산할 예정인 기아의 준중형 전기 SUV인 EV5도 출시해 브라질 전동화 라인업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그린 모빌리티 혁신 프로그램 대응의 하나로 브라질 현지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FFV(혼합연료차량) 전용 파워트레인도 개발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라질은 현대차그룹이 10여 년 전부터 큰 관심을 두고 공력을 들여온 신흥 국가이자 핵심 거점"이라며 "브라질 정부 정책과 부합하는 친환경 사업전략을 통해 현지에서의 현대차그룹 입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WN 최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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