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기에 미수금도…영세업체, 돈줄 말라
앞에서는 '상생' 외치고 협력사엔 고통 강요

[CWN 서종열 기자] "삼성화재는 윤리경영을 실천하여 신뢰받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1위 기업 삼성화재의 홈페이지에 적시된 경영이념이다. 삼성화재는 △정도영업 △정도보상 △상생경영 △투명경영 △나눔경영 등 준법경영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한 좋은 회사'가 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발맞춰 '상생경영'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도 결정했다. 이윤보다는 고객과의 상생경영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상생 파트너 중 유일하게 외면 받는 곳도 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가입고객들이 사고 시 찾게 되는 자동차정비업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1일 자동차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보 등 국내 빅4로 불리는 주요 손보사들은 정비업체들과 체결해야하는 정비수가 갱신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국토부와 자동차정비조합, 보험사 및 공제조합 등은 지난해 12월18일 협의회를 통해 올해 자동차보험정비수가를 전년 대비 3.5% 인상키로 결정했다. 국토부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 관련규정 상 협의회를 통해 새로운 정비수가가 결정되면 보험사들과 정비업체들은 갱신된 수가를 적용해 새롭게 정비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정비수가가 지난해 말 확정 됐음에도 아직까지 주요 손보사들과 갱신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정비업체들이 상당수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마찬가지다. 정비업체들은 삼성화재가 정비수가 갱신계약 지연과 대금후려치기, 미수금 등을 통해 영세업체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먼저 정비수가 갱신계약의 경우 상당수 영세 정비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중소형 자동차정비업체를 운영 중인 A대표는 "올해 새롭게 결정된 정비수가를 반영해 조금이라도 정비대금을 더 받고 싶지만, 삼성화재가 갱신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계약기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A대표는 삼성화재와 지난해 하반기 정비수가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약속한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올해 새롭게 인상된 정비수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비업체들은 정비수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임대료는 물론이고, 부품 값부터 직원들 임금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상된 수가가 아닌 이전 수가를 기준으로 정비대금을 지급받게 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삼성화재에 신청한 수리대금이 전부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영등포 지역에서 정비센터를 운영 중인 B대표는 "삼성화재에서 아직 지급받지 못한 미수금 규모만 1000만원이 넘는다"면서 "영세업체 입장에서 미수금 규모가 클수록 공장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영세업체는 삼성화재가 뚜렷한 이유 없이 정비대금을 깎거나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운전자 과실부분을 놓고 상대보험사와 소송이 진행될 경우 미수금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공장운영자금은 물론, 직원들 임금까지 해결해야 하는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당장의 돈이 급할 수밖에 없다. 결국 원래 받아야 할 수리대금이 아니라 대폭 깎인 지금명세서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삼성화재는 왜 정비수가 갱신에 소극적인 모습일까.
손해사정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영업이익 때문"이라고 답했다. 갱신된 정비수가를 적용할 경우 당장 지급해야 할 정비대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의 사업구조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직접 정비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맺은 손해사정업체를 통해 정비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중간의 손해사정업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지급액을 줄이는 것이 이익이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매출 20조7930억원에 2조35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역대급이었다.
CWN 서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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