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신청 불발 땐 법정관리… 분양 계약자·협력업체 피해 불가피

[CWN 우승준 기자] 약 9조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자구안이 구설수를 직면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을 비롯해 태영건설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매각에 대한 내용이 자구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정상화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는 실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태영건설 자구안과 관련해 “채권단 입장에서 보면 (태영건설이) 자기 뼈를 깎아야 하는데 남의 뼈를 깎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어 “채권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오너일가의 자구책이 워크아웃에선 가장 중요한데, 첫 단추부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에 대해 본인들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같이 지적한 후 워크아웃 시한이 오는 11일인 점을 강조했다. 또 이번 주말까지 자구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주말을 넘기게 되면 사실상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입장에서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없어진다는 게 이 원장 측 설명이다.
앞서 태영그룹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을 상거래채권 결제가 아닌, SBS를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채무보증 해소에 사용했다. 당시 채권단과 금융계에서는 태영그룹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이 지난달 29일 만기도래한 1500억원 규모의 협럭업체 상거래채권 결제에 쓰일 것으로 인지했다. 이 원장이 태영건설 자구안에 날선 비판을 가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비난의 눈총이 팽창하자 태영그룹은 같은날 “워크아웃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에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이 어제 일자로 모두 이행됐다”고 밝혔다. 태영그룹 측 티와이홀딩스에 따르면, 매각자금 1549억원 중 400억원은 워크아웃 직후 태영건설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지원됐다. 티와이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 상환에 890억원이 투입됐고, 나머지 일부 금액은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 등에 지원됐다.
◆강석훈 산은 회장 “태영그룹, 당초 약속한 자구계획 이행 안해”
이 원장뿐 아니라 채권단의 반응도 싸늘하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 설명회를 후 취재진과 만나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채권 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강 회장은 “워크아웃 협의 과정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블루원 지분 담보 및 매각 추진, 평택 사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을 제시했지만, 태영 측은 1번 약속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하면서 신뢰가 상실됐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은 채권단들로부터 워크아웃 신청이 불발된다면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행보를 밟게 됐다. 법정관리 시 태영건설은 법원이 정한 제3자에 의해 회생 절차를 진행한다. 이 경우 태영건설의 모든 채권은 동결되고 추가자금 지원 없어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관련된 ‘공공주택 건설현장 PF부실 위기 대응 강화’ 방침을 꺼냈다. LH는 같은날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별도 집중 관리해 불필요한 시장 혼란을 사전에 막겠다”며 “(또) LH는 노임 및 하도급 대금지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업체 공사비 지급 지연, 하도급 임금체불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별 상황을 집중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WN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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