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SBB 출시…안전성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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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사업 전 부문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하며 "향후 도래할 퀀텀점프 시기를 준비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삼성SDI |
[CWN 소미연 기자]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의 리더십은 위기 속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취임 첫해 사상 최대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 속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실적 하락이 본격화된 올해 역시 안정적인 흑자를 이어갔다. 올 1분기 실적에서 흑자를 기록한 국내 배터리사는 삼성SDI가 유일하다. 업계에선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을 강조해온 최 사장의 내실 강화 경영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실제 최 사장은 설비 증설보다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R&D 투자액은 2022년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넘겼고, 지난해에도 1조1364억원을 쏟았다. 올해도 투자를 지속했다. 올 1분기 집계된 투자액만 3373억6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9.24% 증가했다. 반면 설비 투자는 보수적으로 평가될 만큼 해외 생산 거점 설립 속도가 더뎠다. 때문에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경쟁사 대비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증명해냈다.
최 사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지금까지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 경영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성장기반 확대에 방점을 둘 계획이다. 올해를 향후 도래할 퀀텀점프 시기를 준비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게 최 사장의 각오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CAPEX)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헝가리·말레이 공장 증설, 미국 합작법인 신규 공장 건설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한편 46파이(지름 46㎜), 전고체, LFP(리튬인산철) 등 신제품 관련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업황 대비차 속도조절을 알린 경쟁사와 다른 전략이다.
업계의 관심은 삼성SDI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경쟁력이다. 2010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삼성SDI는 지난 4월 처음 참가한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2024'에서 전력용 SBB(삼성배터리박스), UPS(무정전전원장치)용 고출력 배터리 등 다양한 ESS용 배터리 라인업을 선보였다. 주력으로 내세운 SBB는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내부에 배터리 셀, 모듈, 랙이 설치돼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용량(3.84MWh) 저장, 직분사시스템을 통한 안전성 강화 등으로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4'에서 'ES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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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ESS 주력 제품인 SBB(삼성배터리박스)가 '인터배터리 2024 어워즈'에서 'ESS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삼성SDI |
ESS는 전기차 캐즘에 따른 업황 부진을 타개할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수요처로 각광받는 분야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발전기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시에 송출하는 장치가 바로 ESS다. 발전기 옆에 따라 붙는 필수품으로, 산업용·가정용을 막론한다. 현재 미국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를 시작으로 7개 주정부에서 ESS 보급 목표를 의무화했다. SNE 리서치는 북미 ESS 시장이 2023년 55GWh에서 2035년 181GWh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는 선제적으로 시장 대응에 힘써왔다. 지난해 말 ESS 사업 확대를 위한 전담 조직인 'ESS Business팀'을 신설했다. 주력 제품인 SBB 판매 확대 추진, 신규 고객과 사업 기회 발굴이 목표다. ESS용 LFP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전에 돌입한다. 중국이 장악한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해선 LFP 배터리 개발 및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 ESS는 전기차와 달리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기 때문.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사가 주력 생산하는 삼원계(NCA·NCM) 배터리보다 30~50% 가격이 낮다. 삼성SDI의 양산 시점은 오는 2026년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은 2026년 전후로 예고됐다. SK온도 그해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고, 한발 앞서 개발을 완료한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심성SDI는 개발 속도전과 함께 우수한 안전성,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하반기 출시를 앞둔 SBB는 미국 화재 안전성 평가인 UL9540A 기준을 충족한다. 최 사장은 "향후 ESS 시장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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