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홍콩 ELS 배상·금융 사고 등 남은 임기 과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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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장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 = CWN |
[CWN 권이민수 기자] 5대 은행장들의 임기가 올 연말 만료됨에 따라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향상·홍콩H지수 주가연계증(ELS) 배상·잇따른 금융 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등 은행장들에게 안겨진 남은 과제가 많다.
이들 은행장의 임기는 약 6개월 가량 남은 상태다. 하지만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을 위해 모든 은행권이 CEO(최고경영자)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만큼 올 9월이면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장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11월 2년 임기를 마치고 은행장 중 유일하게 1년 연임했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는 이 은행장이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도 지난 2년간 우수한 경영성과를 실현했으며 구상보다 실행을 강조하는 리더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변화, 혁신의 역량과 리더십, 경영전문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KB국민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8.2%(9315억원) 줄어든 3895억원이다. 홍콩 ELS 배상금 관련 충당부채인 8200억원을 지난 1분기 반영한 탓이다.
다른 실적 지표는 홍콩 ELS 반영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87%로 전분기 대비 4b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순이자이익은 2조5529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8% 늘었다.
반면 순수수료이익은 3004억원으로 2.3% 줄었고 총영업이익은 2조6860억원으로 0.1% 소폭 줄었다.
또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0.25%,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3%로 전년 말 대비 각 0.03%p, 0.02%p 높아졌다.
이 은행장은 홍콩 ELS 배상에 따른 순이익 감소 만회, 리딩뱅크 탈환, 해외사업 적자 탈출 등이 과제로 남겨져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홍콩 ELS 6300여건의 손실 확정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상반기 수천명의 배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에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은 지난 1분기 33억9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332억4700만원) 대비 적자 전환이다. 중국법인 순이익 급감에 캄보디아 법인 순익 감소,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순손실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수년간 리딩뱅크를 KB국민은행에 뺏겼고 하나은행에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혁 은행장 선임 이후 지난 1분기 92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리딩뱅크를 되찾았다.
지난 1분기 홍콩 ELS 배상을 위해 2740억원의 충당부채를 안고도 거둔 성적이라 뜻깊다.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0.3% 감소에 그쳐 4대 은행 중 가장 적은 실적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13%, 우리은행 8%, KB국민은행 58% 급감과 비교된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1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67조원으로 전분기보다 3.9% 늘었다. 하나은행(3.5%), 우리은행(2.9%), KB국민(0.8%)보다 높다.
신한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한 자산 성장과 마진 개선에 2조184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1% 늘었다. 대출자산 성장과 은행의 효율적 조달비용 관리를 통해 개선됐다.
정 행장의 남은 임기 과제는 앱 신한 슈퍼 쏠(SOL) 활성화,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등이 있다. 신한은행은 제4인뱅 컨소시엄인 '더존뱅크' 컨소시엄 지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4대 은행 중 인터넷은행 지분이 없는 유일한 은행이다.
하나은행은 홍콩 ELS 충당부채 1799억원 등을 반영한 영향으로 지난 1분기 순이익 84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3.1% 줄어든 규모다. 그러나 일회성 비용에도 대출자산의 안정적인 성장, 수수료 이익 증가 등 영업력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합친 1분기 핵심이익은 2조2166억원이다. 1분기 NIM은 1.55%, NPL은 0.24%, 연체율은 0.29%다.
하나은행은 이승렬 은행장 선임 이후인 지난해 업계 3위에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에 올라선 바 있다. 이 은행장은 기존 영업그룹을 중앙영업그룹, 영남영업그룹, 호남영업그룹으로 분리하고 기존 충청영업그룹까지 총 4개의 지역 영업조직을 가동했다. 각 영업그룹 내 영업본부를 신설해 지역 중심 영업망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주요 수익원인 기업대출의 성장세가 시중은행 중 가장 높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이 지난 3월 말 기준 167조75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4% 늘었다. 이때문에 이 은행장이 남은 임기 내 리딩뱅크를 탈환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홍콩 ELS 손실이 75억원으로 타 은행보다 가장 적은 수준이었으나 NIM과 이자이익, 영업이익 등이 줄면서 1분기 순이익 7897억원으로 전년대비 8.4% 줄었다.
우리은행은 1분기 NIM은 1.50%로 지난해 동기 1.65%보다 0.01%p 떨어졌다. 이자이익은 1조87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9%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770억원으로 같은 기간 5.7% 줄었다.
조병규 은행장의 임기내 과제로 수익성 개선이 꼽힌다. 1분기 중 저원가성예금이 대폭 증가한 다른 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거의 늘지 않았으며 NIM과 수수료, 판관비 등은 선방해 전체적으로 무난했지만 경쟁사 대비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은행장 직속 신사업추진위원회 설립 등 혁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조 은행장이 올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1분기 순이익이 44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9% 늘었다. 농협금융지주의 실적을 견인했으며 농협금융 자회사 중 가장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1분기 이자이익은 1조9829억원으로 전년대비 6.9% 늘었다. 농협은행의 NIM은 1.65%다. 전년동기대비 0.02%p 높아졌다. 다른 은행들이 같은 기간 소수점 한 자리대 성장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이석용 은행장에게도 과제가 있으니 바로 내부통제 강화다
지난 5월 농협은행은 공시를 통해 53억원 규모의 공문서위조 및 업무상 배임, 11억 규모의 업무상 배임 등 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53억원 규모 공문서 위조·배임 사고는 2020년 8월 11일부터 2023년 1월 26일까지, 11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은 2018년 7월 16일부터 2018년 8월 8일까지 각각 발생했다.
이번 배임 사건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금융사고 발생 CEO 연임 제한을 발표한 지 보름 만에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강 회장은 지난달 7일 “최근 농협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으로 농협의 공신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중대사고와 관련한 대표이사 연임 제한’ 등 범농협 차원의 내부통제와 관리 책임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농협은행이 지난 3월 금융사고 공시 이후 감사를 통해 추가 금융사고 발생을 인지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이 은행장의 거취에 일각에선 조기사퇴론이 나온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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