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조 대미 투자 결정, M15X 공사 재개…업황 반등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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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
[CWN 소미연 기자] AI(인공지능) 반도체 랠리를 주도해 온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19일 기준 10% 이상(전날 대비) 떨어지며 시가총액 약 300조원이 증발했다. 이른바 '엔비디아 쇼크'로 기록된 이번 사태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잠정실적 발표 연기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중동 전쟁 확전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시장 기대를 밑도는 업황에 반도체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도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HBM3(4세대)를 공급 중이고, 올해 3월부터는 최고 현존 수준으로 평가되는 HBM3E(5세대)도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엔비디아에서 생산하는 AI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핵심 부품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발판으로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양사의 상관관계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쇼크'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동맹군 확대, 기술 경쟁력 강화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첨단 패키징 분야 1위 회사인 TSMC와 HBM4(6세대) 공동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협업을 논의하기로 했다. 글로벌 AI 서비스 산업을 주도하는 MS는 내달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열리는 'CEO(최고경영자) 서밋 2024'에 SK하이닉스를 비롯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MS CEO 서밋은 빌 게이츠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CEO가 직접 챙기는 행사로, SK하이닉스에선 곽노정 사장이 등판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TSMC와 대만 타이페이에서 양사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HBM4 개발에 힘을 합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 강화를 꾀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 고객맞춤형 메모리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투자도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첫 반도체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낙점한 뒤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HBM 등 AI 메모리 제품 양산이 목표다. 아울러 현지 연구기관과 손잡고 R&D(연구·개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에서 밝힌 투자 금액은 총 5조2000억원가량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4월 중단한 청주캠퍼스 M15X 공사도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공장 부지 평탄화를 위한 토사 반출 등 사전공사를 시작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대미 투자로 현지 빅테크 기업들과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국내 생산라인 확보로 업황 반등에 대비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 판매 비트 수가 지난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퍼센트로 올라와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HBM 수급은 타이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반도체 혹한기 터널에서 벗어났다. 올 1분기에는 조 단위 영업이익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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