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신한·국민, 하나·농협 지주사 초안 완료
최근 대규모 횡령 터진 우리는 임원 인사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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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CWN |
[CWN 권이민수 기자]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오늘(3일)부터 시행되면서 약 6개월간 사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이 기간 금융사는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언제 낼 지는 서로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고, 하나와 농협은 지주 차원의 초안을 바탕으로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직원의 대규모 횡령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은행은 임원 인사 뒤로 책무구조도 확정이 밀린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됐다. 개정안 핵심은 △책무구조도 도입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이행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 명확화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임원 제재조치 강화 등이다.
다만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바로 은행·지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지주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이를 바탕으로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약 6개월 후인 내년 1월 2일을 제출 기한으로 삼고 그때까지 사전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대신 은행·지주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도 마련한다.
각 은행은 지난 1월부터 준비에 나선 덕에 어느 정도 책무구조도의 윤곽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제출 기한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을 아끼며 제출 시점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다만 은행별로 진행 정도가 달라 속도차는 있는 만큼 누가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을 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신한은행은 "(우리가)가장 빠르게 책무구조도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만큼,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앞선 상태일 것으로 판단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만들어진 상태고 현재 파일럿 운영을 통해 점검 중"이라며 "연내 최대한 빠르게 금융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이미 보여줬다는 소문도 있다"며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빠르게 책무구조도를 마련했고 다른 은행이 신한은행을 따라가는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도 신한은행과 함께 선두그룹에 속할 것으로 무게가 실린다.
국민은행 역시 올해 1월 내부통제 제도개선 TFT를 운영하며 책무구조도 도입을 준비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초안을 마련·배포한 상태고 막바지 수정 작업만 남아 7월 중 컨설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사회 워크숍을 통해 임원 및 경영진에 책무구조도 진행 경과를 보고한 바 있으며 임원 인터뷰 실무자 면담을 통한 피드백 사항을 반영해 책무기술서를 수정·보완하고 있다.
다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한이 아직 남아있어 (책무구조도 준비가) 급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제출 일정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금융지주 중심으로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준법지원부 주관하에 TF를 꾸려 책무도출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월 책무기술서 초안을 작성해 부서별 피드백을 받아 지속 고도화 진행 중이다. 은행은 책무구조도 초안을 6월 도출했다. 그 후 초안을 각 그룹 책무구조도 관리 준법감시담당자 앞으로 송부해 책무에 대한 확인 및 전산화 구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향식(Bottom-up)으로 부서에서 시작해 본부·그룹 순서대로 책무를 파악했다"며 "본부 내 전 부서 기획담당자 또는 준법감시담당자와 관련 자료를 취합해 책무구조도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금융지주가 먼저 초안이 나온 상태다. 지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책무도출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1월부터 계열사들까지 포함해 준비 중"이라며 "은행은 관련 사업이나 관계 법령이 많아 추가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행기간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수 있도록 작업하겠다"며 서두르진 않는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은행은 책무구조도 제출을 올해 하반기로 예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준비가 많이 진전된 상태"라면서도 "임원 인사이동이 남아 있어 그 이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히 책무구조도 작성이 아닌, 사고 예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 제출 이후에 은행권의 고위 경영진이 책무구조도대로 관리·감독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권 내부통제 전문가는 "책무구조도 작성만이 핵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책무구조도는 그저 평상시 내부통제에 대해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명시적으로 밝힌 것일 뿐"이라며 책무구조도 작성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고위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 그동안 그들이 소홀히 했던 내부통제가 본부 부서부터 일선의 영업점까지 유기적인 관계 안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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