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기 살균제 사태 이은 '안전 불감증' 재현…장 회장 직접 사과 촉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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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최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고개숙여 사과한 뒤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제주항공 모회사 애경그룹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매스컴을 통해 재조명되는가 하면 온라인상에서는 애경 계열 브랜드들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다.
31일 엑스(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애경그룹 브랜드들 불매'라는 키워드가 담긴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애경의 대표 생활용품 장수 브랜드인 '2080', '스파크', '트리오'를 비롯해 '에이지투웨니스', '케라시스' 등 인기 화장품·헤어케어 제품 이미지가 총망라돼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 합작해 설립된 저비용 항공사(LCC)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최대 주주(지분 50.37%)다. 설립 초기부터 적자에 시달리던 중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사업 중단까지 논의됐지만 애경그룹이 경영난 해소에 힘을 쏟은 끝에 201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사태 종식 후 LCC 업계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최대 매출 경신을 기록해왔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제주항공이 여객기 참사라는 최대 악재에 직면하게 됐고, 그 여파가 그룹 전체로까지 미치는 형국이 됐다.
여기에 과거 많은 사상자를 낸 '가급제 살균제 사건'까지 다시 수면위로 부각되면서 애경그룹의 안전 불감증을 둘러싼 비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룹 핵심 계열사로 분류되는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만든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 등을 유발시키고 이 중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9년 기소됐다. 2021년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올해 1월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왔다.
이후 대법원이 최근 '법리적 문제를 재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이번 참사가 발생해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애경그룹 총수인 장영신 회장 등 오너가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후 11시간여 만에 장 회장과 임직원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놨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다 진성성 있는 사과를 위해 이번 참사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오너 경영자가 직접 공식석상에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CWN 손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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