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보유해 국내 미치는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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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CWN 권이민수 기자] 지난해 말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서 약 2.4조원대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투자 잔액은 58조원에 달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금이 몰린 미국과 유럽 지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20% 이상 하락해 금융사들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석 달 전(56조4000억원) 대비 2.1%(1조2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상품 대신 부동산·인프라·원자재 등 다른 자산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저금리 국면에서 미국, 유럽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붐이 전세계적으로 일자 국내 금융사들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자 공격적으로 늘린 해외 부동산 투자가 손실로 돌아온 것이다.
투자 잔액을 업권별로 보면 보험이 31조3000억원으로 절반 이상(54.4%)을 차지했다. 은행 11조6000억원(20.2%), 증권 8조8000억원(15.2%), 상호금융 3조7000억원(6.4%)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가 34조8000억원(60.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럽(11조5000억원·20%), 아시아(4조2000억원·7.3%) 순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투자금 35조1000억원 중 2조4100억원(6.85%)에서 기한 이익 상실(EOD)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EOD는 채무자가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 담보 가치가 부족해질 경우 채권자가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투자금 전액이 손실을 냈다곤 볼 수 없다.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이나 만기연장 등으로 해소 가능하다.
올해 들어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 내림세가 주춤했지만, 추가 가격 하락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고점(2022년 4월) 대비 24.6% 떨어졌고, 유럽은 고점(2022년 5월) 대비 25% 하락했다.
금감원 측은 "대체투자 잔액 58조원은 총자산 약 6859조원의 0.8% 수준으로 국내 금융권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해 투자 손실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적정 손실 인식과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금융회사 자체 리스크 관리 역량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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