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높아지자 급전창구 카드론에 몰려
리볼빙 누적 잔액은 연초 대비 3413억원 감소
![]() |
▲ 사진 = 뉴시스 |
[CWN 권이민수 기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4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1금융권에 이어 저축은행 등 2금융권마저 대출을 조이자 서민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으로 금융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40조6059억원) 대비 6207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38조7613억원을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론이 증가세인 이유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 금융소비자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거 카드론으로 몰린 것이다.
실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는 14.47%로 전월(14.27%)과 비교해 0.2%p 올렸지만, 카드론 잔액은 오히려 늘어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카드사별 금리를 보면 우리카드가 15.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카드 14.89%, 롯데카드 14.82%, 신한카드 14.12%, KB국민카드 14.07%, 하나카드 13.94%, 현대카드 13.67% 등의 순이었다.
중저신용자인 700점 이하 회원 평균 금리는 17.23%로 전월(16.87%) 대비 0.36%p 증가했다.
이 수치 또한 우리카드가 18.87%로 가장 높았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가 17.93%로 그 뒤를 이었고, 현대카드가 17.21%, 신한카드 16.96%, KB국민카드 16.04%, 하나카드 15.73% 등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이 악화되자 수년간 카드론·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 대출 부문을 강화해온 점도 카드론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론은 기존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차주가 찾는 마지막 제도권 대출로 여겨지는 만큼, 잔액 증가는 서민 금융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카드론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금융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누적 잔액은 올 들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리볼빙 역시 일종의 '대출' 서비스다.
가입자는 신용카드 대금을 해당 결제월에 일부만(기존 최대 90%) 결제하고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다.
적절하게 이용시 일시상환 부담을 줄이고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연체 시 최대 3%의 가산금리가 적용돼 대금이 급속히 불어나 결국 신용평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리볼빙 잔액이 증가하면 대금결제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고, 줄어들면 반대의 의미로 해석된다. 리볼빙 잔액이 줄었다는 것은 전체 카드 이용자 중 대금결제 부담을 안고 있는 소비자가 그만큼 감소하고, 여력이 있는 소비자는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리볼빙 누적 잔액은 7조174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823억원 줄었고, 연초(7조5153억원) 대비 3413억원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오인 광고 등 카드사들의 리볼빙 영업 행태를 지적한 것도 리볼빙 잔액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금융감독원은 카드사가 고객에게 리볼빙의 평균이자율과 가입 절차를 명확히 고지하고, 장기 이용에 따른 위험 고지 또한 강화토록 했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저작권자ⓒ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