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교체·전담팀 구성한 삼성…해외 생산 저울질하는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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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HB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엔비디아 공급망 내 점유율 확대가 중요하다. 사진=엔비디아 |
[CWN 소미연 기자] 엔비디아가 올 1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62%, 영업이익 690% 증가하면서 AI 시대를 선도하는 반도체 대표 기업임을 증명했다. 실제 수익의 대부분은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매출에서 나왔다. 전년 동기 대비 427% 급증한 226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체 매출액(260억달러)의 약 87%를 차지한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AI용 서버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을 대거 사들인 결과다.
전망도 밝다.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큰손 대열에 합류하며 기대를 키웠다. 엔비디아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개발하는 AI클러스터에 3만5000개의 H100을 공급한데 이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스타트업(xAI)의 AI 챗봇 '그록' 차기 버전 훈련에도 추가 공급 가능성이 높다. 훈련에 필요한 H100이 최대 10만개로 알려졌다. 견조한 수요를 재확인한 젠슨 황 CEO는 "차세대 AI GPU는 더 많은 성장을 이끌 것이다. 우리는 다음 성장의 물결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가 연내 출시 예정으로 밝힌 '블랙웰'은 기존 칩보다 AI 추론 시간이 5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향상 만큼 블랙웰 기반 B100에 탑재되는 HBM도 5세대 제품인 HBM3E다. 현재 SK하이닉스가 HBM3에 이어 HBM3E까지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검증)를 가장 빨리 통과하면서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테스트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HBM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외신발로 전해진 난항설에 전면 부인했다. 회사 측은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모든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례적 대응은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보여준다. 이에 따라 신임 DS부문장에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의 우선 과제도 엔비디아향 판로 개척이 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기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이다. 현재 시장 주력 제품(HBM3E 8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 내 양산 계획을 발표하자 SK하이닉스도 양산 일정을 내년에서 올 3분기로 앞당겼다. 6세대 제품인 HBM4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두 회사 모두 내년 양산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300명 규모의 HBM 개발 전담팀을 꾸렸다.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도 확대했다. 올 1분기에만 R&D 비용으로 7조8201억원을 집행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시설투자에는 11조3087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5% 정도 증가했다. 다만 DS부문 투자액은 9조6663억원(-121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글로벌 시황 개선에 대비해 차세대 기술 강화, 중장기 수요 대비투자, 투자 효율성 제고로 내실을 다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R&D 비용으로 1조1090억원, 시설투자에 2조9430억원을 집행했다. 청주 M15X 공장 증설과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 신설 등 HBM을 중심으로 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 생산기지 신설도 구상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 증산에 더해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경우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캐파 확대는 수율 자신감과 직결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영업기밀인 수율 수치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 측에서 밝힌 수율은 업계 추정치보다 높은 80%에 육박한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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